우크라이나 전쟁 중인데... 러시아산 가스 수입 늘린 유럽, 왜?

김희정 기자 2024. 6. 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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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연료 수출을 제재해 온 유럽이 지난달 미국보다 러시아에서 더 많은 가스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스 분석 컨설팅업체 ICIS 자료를 인용해 5월 러시아산 가스 및 액화천연가스(LNG) 선적량이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에 대한 전체 공급량의 15%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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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유럽 수입량 점유율 러시아가 미국 추월, 2년여만에 처음 반전…
美 LNG시설 가동 중단 여파, 일회성 불구 의존도 낮추기 쉽지 않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국영 가스프롬의 본사 라흐타 센터 마천루를 방문해 알렉세이 밀러 CEO와 얘기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연료 수출을 제재해 온 유럽이 지난달 미국보다 러시아에서 더 많은 가스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스 분석 컨설팅업체 ICIS 자료를 인용해 5월 러시아산 가스 및 액화천연가스(LNG) 선적량이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에 대한 전체 공급량의 15%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이 지역에서 미국산 수입 비중은 14%로,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산보다 비중이 낮아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EU가 러시아산 연료를 쓰지 않으려고 대체재를 찾아온 만큼 이 같은 수치는 매우 이례적인 역전이다.

그동안 이들 지역에서는 미국을 주요 공급자로 삼아 특수선박을 통해 운송되는 LNG 수입을 늘리고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은 줄여왔다. 덕분에 미국은 2022년 9월 러시아를 제치고 유럽 내 점유율 1위가 됐고 지난해부터 유럽 전체 공급량의 5분의 1을 담당해왔다.

이 같은 '5월의 반전'은 미국의 주요 LNG 수출시설의 가동 중단 등 일회성 요인이 컸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달 튀르키예를 통해 가스 수출량을 늘렸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14년 9월 1일(현지시간) 우스 카틴에서 개최된 이른바 '시베리아의 파워'라는 이름의 파이프라인 부설공사 기공식에 참석, 첫번째 파이프라인에 사인을 하고 있다. 시베리아를 관통해 중국으로 연결되는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는 2019년부터 중국에 30년 동안 무려 4000억달러(약 400조원)에 달하는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사진=뉴스1

유럽이 러시아산 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을 감안하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러시아는 2022년 중반부터 유럽 북서부와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 때문에 몇몇 동유럽 국가는 여전히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ICIS 관계자는 이에 대해 "러시아가 여름에 북극해 항로를 통해 LNG를 아시아로 운송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유럽에서의 점유율 반전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LNG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면 연말까지 세계 시장에 더 많은 용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아시아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파이프라인 협정도 올해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 구간을 통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EU집행위원회는 EU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남부 가스 통로의 파이프라인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물량 만으론 매년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되던 140억m³의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EU 에너지 집행위원인 카드리 심슨은 이번달 "EU는 글로벌 가스시장에서 부정적인 공급이나 수요를 완충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가스 저장량은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가스 수요는 2021년에 비해 20% 감소한 기록적 낮은 수준으로 안정됐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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