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주간 전투 중단’, 어떤 효과 있나…저녁엔 공습 여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당분간 주간에는 전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구호품이 운송될 수 있도록 길을 보장하려는 차원이다. 저녁에는 공습이 재개돼 인명피해가 이어졌으며, 이번 조치의 인도주의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오후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가자지구 남부의 주요한 인도주의적 구호 통로를 따라 낮 동안 전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영어·아랍어·히브리어로 안내를 올려 전투 중단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전투 중단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가자지구 남부 케렘 샬롬 검문소에서부터 가자지구 남북을 관통하는 살라 알딘 도로에까지 이르는 12㎞ 상당 구간이 전투 중단 구역에 해당한다.
이번 조치는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과한 구호 트럭이 살라 알딘 도로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스라엘이 남부 라파에 본격적으로 진격한 이래 케렘 샬롬 검문소를 비롯한 가자지구 남부에선 트럭 수천대가 적체되는 등 구호품 운반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그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격렬한 전투와 공습으로 물류 운송이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해왔다.
가자지구 내 구호품 분배를 감독하는 이스라엘 군 기관 COGAT는 “인도적 수송을 위해 낮 동안 경로를 개방하는 것이며, 유엔 및 기타 구호 기관과의 논의 끝에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칸유니스, 알마와시 해안 지역 등에서 가자지구 내 다른 지역으로의 구호품 흐름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니 새슨 COGAT 대변인은 “구호 단체에 와서 구호품을 수령하고 배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 일은 그들에게 달렸다”고 밝혔다.
군의 발표를 둘러싸고 이스라엘 내에선 분열이 관측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스라엘은) 군대를 가진 국가이지, 군대가 국가를 가진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전투 중단을 막지는 않았다. 이스라엘군 역시 조치를 취소하지 않았으며, 다만 전투 중지를 발표한 지 약 90분 후 “가자지구 남부에서 적대 행위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실은 조치를 미리 알고 승인했으면서도 연정 내 극우파를 의식해 대외적으론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했단 분석이 나온다. 전투 중단 반대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수사였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 시작일에 맞춰 발표됐다. 16일 가자지구에선 대규모 폭격 없이 몇달 만에 잔잔한 낮을 보냈다고 전해졌다. 마흐무드 바살 가자지구 민방위국 대변인은 “오늘은 전날과 비교할 때 거의 평온한 것으로 보이고, 평온이 가자지구 전체적으로 퍼져 있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 있는 AFP통신의 통신원들도 16일 오전엔 전투가 없었으며, 남부에선 약간의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저녁엔 공습이 다시 이어졌다. 16일 밤 가자지구 중부 알부레이즈 난민촌에선 한 가정이 공격을 받아 아동 5명을 포함한 일가족 9명이 숨졌다. 숨진 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이 아이가 네타냐후에게 무슨 짓을 했나. 이것은 당신에게 금지된 일 아니냐”면서 울부짖었다고 AP는 전했다.
구호품이 가자지구 전역에 퍼져나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호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약탈을 당하지 않도록 이스라엘군이 보호를 제공할지도 미지수다. 옌스 라에르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조치는 환영하지만 “오늘 케렘 샬롬에는 어떤 구호품도 오지 않았다”며 “원활한 검문소 운영, 정기적 연료 반입 등 이스라엘의 더 구체적 조치를 희망한다”고 AP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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