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연기에 속타는 환자들… 병원 "개인병원서 약타라"

커져가는 집단휴진 불안감
병원, 항암치료 등 안내 미진
빅5서만 외래 4.3만명 밀릴듯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을 시작으로 주요 대학병원 의대교수들도 18일 집단 휴진을 앞두고 있어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져만 가고 있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환자들은 17일부터 외래 휴진·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일정연기 등으로 인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날 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향후 대학병원의 집단휴진으로 진료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약을 어떻게 타는지, 외래 항암치료는 취소되는 것인지 불안하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사구체신염으로 병원을 다니는 한 환자는 "이달 세브란스병원에 신장 초음파와, 혈액 검사가 예정되어 있고, 6개월 치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병원에서 진료변경 통지도 안왔다"면서 "병원 전화 연결도 안되서, 직접 찾아가 물어봐도 행정적인 절차에 대해 보고 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처방받은 약을 타려면 개인병원에 가서 부탁을 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환자 입장에서 주치의에게 아무런 정보도 못 받고 약만 타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맘카페 커뮤니티에 한 임산부는 "나이도 노산이고, 만성질환에 혈압이 있어서 대학병원에서 출산하고 싶은데, 예약조차 어렵다"면서 "개인병원에서는 분만 때 큰 병원을 가야 할 수도 있다는데,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폐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모임이라는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내일 검사 후 약물 치료인데, 걱정이다"라면서 "중환자실과 응급실만 열고 항암 외래는 진행하지 않게 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외래와 수술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외래라면 항암도 포함인지, 만약 항암도 포함이라면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 판정받은 부모께 아무것도 못 해주는 내가 너무 무능하게 느껴진다"는 글도 적었다.

앞서 서울시내 주요 병원인 '빅5' 소속 교수들은 18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 전면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8일 하루 전면 휴진할 경우 빅5 병원에서만 4만3000여명에 달하는 외래진료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일평균 외래 환자는 서울대병원 약 8000명, 세브란스병원 약 9000명, 서울아산병원 약 1만2000명, 서울성모병원 약 7000명, 삼성서울병원 약 7000명 등이다.

의대 교수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하루씩 집단휴진을 했지만, 이번에는 진료 취소 연락도 제대로 받지 못해 환자들은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진료 취소 연락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배경에는 이전과 달리 병원 측이 휴진을 불허하는 상황 때문이다. 또한 일부 동네 병원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환자들의 불안은 더 가중되고 있다.

이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겨냥해 "휴진 강행 방침을 규탄하고, 지금 당장 휴진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환자들이 의료계와 정부의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피해를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질병으로 이미 아프고, 두렵고, 힘든 환자들에게 집단 휴진 및 무기한 전체 휴진으로 또다시 고통과 불안과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고,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했다"며 "병원에서 집단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