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수포자’ 늘고 ‘문해력’ 저하···영어 기초학력은 개선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고교생의 국어·수학 교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7년 표본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도시와 읍·면 지역 간 학업 성취 격차도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고교생의 영어 학업 수준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가 17일 공개한 2023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보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국어·수학 교과의 1수준(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7년 표본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2의 국어 교과 1수준 비율은 2017년 5%에서 지난해 8.6%까지 증가했다. 수학 교과의 1수준 비율은 2017년 9.9%에서 지난해 16.6%로 늘었다. 지난해 고2 학생 6명 중 1명꼴로 수학 학업 수준이 기초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중3 학생의 경우 지난해 국어·수학 교과에서 1수준이 일시적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7년과 비교하면 국어(2.6%→9.1%)·수학(7.1%→13%)에서 여전히 1수준 비율이 높다.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이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문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문해력 부족으로 문제풀이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교육부는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일컫는 ‘수포자’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포자 문제는 계속 중요하게 보고 있고, 교과보충이나 방과후수업을 통해 기초학력 지도를 더 확대해 실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교사들의 개별적 관심과 특별한 지도가 필요하다”며 “학업이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이 더 집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업 성취 수준의 지역 격차가 전 과목에서 유지됐다. 특히 지난해 중3 수학 교과에서 3수준 이상(보통·우수) 비율은 대도시(56.2%)와 읍·면(38.6%)의 차이(17.6%포인트)가 2022년(13.4%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중3 수학 교과의 1수준 비율 또한 대도시는 2022년(11.4%)에 비해 감소한 10.6%였지만, 읍·면 지역은 17.9%로 2022년(17.3%)보다 늘었다.
평가결과를 보면 영어 과목의 학업 성취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중3 영어 교과의 1수준 비율은 6%로 2022년에 비해 2.8%포인트 감소했다. 고2 영어 교과의 1수준 비율 또한 2022년 9.3%에서 지난해 8.7%로 소폭 줄었다. 중3 영어 교과의 3~4수준(보통·우수) 비율 또한 2022년 55.9%에서 지난해 62.9%로 상승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교사들은 코로나19 시기 하기 어려웠던 (영어) 말하기 수업 등이 다시 활성화된 것을 기초학력 개선 이유로 꼽았다”고 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영어는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교육을 통해 보완이 수월한 점도 있다”고 했다.
다만 영어 교과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중3과 고2의 영어 교과의 1수준 비율은 각각 3.3%, 3.6%였다. 지난해 중3(6%)과 고2(8.7%)의 영어 교과 1수준 비율과 차이가 난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3·고2 전체 학생의 약 3%(2만470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국어·수학·영어 과목 시험을 통해 1수준(기초학력 미달)~4수준(우수학력)으로 성취 정도를 파악한다. 2017년부터 전수가 아닌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교육부는 표본조사로 진행된 만큼 일부 통계 수치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22년 컴퓨터 기반 평가(CBT) 도입으로 일부 문항 유형이 바뀐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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