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급환자 두고 떠날 의사 없어…정부야말로 진정성 보여야”

김명지 기자 2024. 6. 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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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파업 참여 어려워”
“적절한 보상으로 의사들 돌아오게 해야”
김승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지난 15일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뇌졸중학회가 공동 주최한 ‘급성 뇌졸중 인증의’ 공청회에서 "응급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한신경과학회 제공

“뇌졸중 응급 환자를 나 몰라라 할 신경과 의사는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의대 증원 정책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김승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지난 15일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뇌졸중학회가 공동 주최한 ‘급성 뇌졸중 인증의’ 공청회에서 “의사로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를 잊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뇌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골든타임(죽음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치료의 핵심이다. 막힌 뇌 혈관을 발병 3시간 안에 혈전용해제(tPA)로 뚫지 못하면,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 등의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두 배로 높아진다.

의사가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를 얼마나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지에 뇌졸중 환자의 여생이 달려있다는 뜻이다. 김 이사장은 “신경과는 호출당직(대기당직)을 가장 많이 가장 많이 받는 진료과목 1,2등을 다툰다”고 말했다. 호출 당직은 원내 기숙사에서 호출을 기다리는 대기 당직이다. 그런 의사들에게 휴진 같은 집단행동은 고려할 선택지가 아니란 뜻이다.

앞서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은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경과학회는 의료계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김 이사장은 “파업에 현실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지, (파업 결정의 배경은) 심적으로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환자를 위해서 진료는 지속하겠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는 올해 하반기 시행을 앞둔 ‘급성 뇌졸중 인증의’ 제도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뇌졸중 인증의는 응급실에 도착한 의심 환자를 진료할 역량을 갖춘 신경과 전문의에게 부여하는 자격이다. 국내 사망 원인 4위인 뇌졸중은 한 해 10만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는데, 고령화와 맞물려 환자 수는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급성기 뇌졸중 치료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영역이며, 필수의료 전문인력을 확보하려면 인증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최근 10년동안 뇌졸중 환자를 100건 이상 진료한 의사를 대상으로 인증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신경과 의사는 대학병원 응급실의 호출당직과 원내당직이 잦다. 학회에 따르면 뇌졸중 의심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면 전공의들이 1차 진료를 한다. 신경과 1년차 전공의의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진료 건수는 연간 406.6건에 이른다. 한 달에 34번은 응급실 호출을 받고 환자를 진료하러 간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경과 전공의는 400명가량이 병원을 이탈했다. 돌아온 전공의는 고작 5%(20명) 남짓이다.

현재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남은 의료진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현장에 남아있는 의사들은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다”고 전했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들이 메우고 있지만 보상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했다. 학회에 따르면 응급실 전화를 받으며 24시간 호출당직을 서는 신경과 전임의가 받는 수당은 고작 2만 7730원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는 지금 당장 집단 휴진을 걱정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앞으로 10~30년 뒤 미래가 더 두렵다”며 “당장 내년도 신경과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에 전문의가 한 명도 배출되지 않는다. 그는 “지금은 뇌졸중 환자를 볼 수 있는 의료 체계가 구축돼 있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며 “이대로라면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응급 뇌졸중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들이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진심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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