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원장 연임 '청신호'…"회원국들 지지 확인"
"우크라 전쟁, 美대선 등 불확실성 속 변화 대신 연속성 택해"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17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임을 추인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2019년 EU 전신인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이래 첫 여성 행정부 수반이 됐던 그는 연임 확정시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FT는 유럽 외교관들과 당국자들을 인용해 EU 27개국 정상들이 이날 저녁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개 만찬을 하고 우르줄라 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한 EU 고위 외교관은 "아무도 다른 결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그녀를 위해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EU 고위 외교관은 "모두가 (17일) 이번 만찬을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기를 원한다"며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EU 지도부 구성 권한은 EU 27개국 정상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있다. 다만 EU 기본법 격인 리스본 조약은 '집행위원장 지명 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EU는 조약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정치그룹(교섭단체) 대표 후보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고려하는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선도후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속한 중도우파 정치그룹 EPP는 1당 자리를 지켰다.
EU 정상들은 이날 만찬 뒤 27~28일로 예정된 공식 정상회의에서 위원장 임명과 관련한 최종 합의를 할 계획이다. 그 뒤 다음 달 셋째 주 유럽의회에서 임명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임명안 가결을 위해선 의회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의 약진에도 EPP를 비롯한 중도 주류파 정치그룹들이 과반을 유지해 연임이 추인될 경우 표결 절차도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정상들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힘을 싣기로 한 것은 현재 유럽이 처한 대내외 환경의 불안정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FT는 "EU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의 긴장, 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유럽 국가들이 변화보다는 연속성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미국과 EU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 등을 들어 자신의 연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EU내 가장 영향력 있는 3대 주요국인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암묵적 수용 의사를 피력했다고 FT는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 방송사 벨트(Welt)와의 인터뷰에서 "EU 선거 결과, 모든 것들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제 목표는 신속히 합의하는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만찬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유럽의회 내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EPP가 위원장을 제안한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하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이날 EU 정상들의 비공개 만찬에서는 집행위원장 외에 EU 주요직 인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자들은 안토니오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가 유력한 차기 정상회의 상임의장 후보로 꼽히며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차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보로 가장 유력하다고 FT에 전했다.
다만 이들의 지명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만큼 확실하지는 않다고 당국자들은 덧붙였다.
이 밖에 EU 정상들은 유럽의회 선거 패배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으로 실시되는 프랑스 조기 총선과 이 선거 결과가 EU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방비 지출과 '그린딜'(green deal) 등 친환경 정책도 이날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망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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