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임기 제한 풀렸다…'이재명 대선용' 논란 속 속전속결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출마 1년 전 당대표 사퇴'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 개정을 마무리지었다.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표를 반영하는 안도 원안 그대로 최종 문턱을 넘었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는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과 보름여 만에 속전속결로 해치운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일극 체제'가 공고화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은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당헌 개정안 11건을 처리했다. 총 559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501명이 투표에 참여해 422명(84.24%)이 찬성하면서 의결됐다. 이날 투표는 개별 항목이 아니라, 11개 항목을 일괄 개정하는 것에 대해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헌 개정은 재적 중앙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당헌 개정안에는 당대표·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현행규정과 관련해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 의결로 사퇴시한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차기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사유만 인정되면 대선 직전까지 사퇴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과 대선 가도를 위한 개정이 아니냔 비판이 쏟아졌던 대목이다.
당원 권한 강화를 위해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의 참여를 보장(의원 80%·권리당원 20%)하고, 현행 대의원대회 명칭을 당원대회로 바꾸는 등의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앞서 민주당은 당무위원회에서 국회의장단 후보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20% 반영하고, 시도당위원 선출 때 권리당원 표 비중을 약 3배 키우는 당규 개정안도 의결해 확정했다.
권리당원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데다 이들의 정치 참여 욕구가 높아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대세'라는 게 당 지도부의 입장이지만, 권리당원 지지를 토대로 이 대표 체제를 굳건히 하려는 게 아니냔 지적이 잇따랐던 것들이다. 이 외에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정지하는 규정과 민주당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 발생하는 경우 적용해온 무공천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도 이번에 포함됐다.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지난달 29일 첫 최고위원회의 보고가 이뤄진 지 19일 만에 마무리됐다. 내부 우려에도 속전속결로 처리된 모양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 일극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개정 과정에선 우상호 전 의원이나 김영진 의원 등 반대 의견을 밝힌 인사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로부터 비난받는 상황이나, 초선 의원이나 원외에서 경쟁하듯 찬성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중앙위원회 투표 전 진행된 공개 토론에서도 찬성 의견만이 쏟아졌다. 총 18명의 발언자는 민주당이 검찰 독재 정권에 대응하고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헌 개정을 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당원 역할을 확대하고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대세"라며 당원권 강화에 힘을 실었다. 다만 사퇴시한 예외 규정 신설 등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한 개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도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변을 보면 (김영진 의원 등) 반대 발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지지층 지지를 얻기 위해서 동료도 찍어내는 게 현실 아니냐. 반대 목소리를 내면 어떻게 될지가 뻔한데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반대 의견이 상당수 있었던 상황으로 보이는데 (투표에 부치기 전에) 제대로 토론이 됐고, 이견이 결정하는 과정에 제대로 반영이 됐는지 의문"이라며 "당연히 민주당 지지율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당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민주당의 향후 명운을 이재명 대표라는 한 사람에게 맡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당대표 사퇴시한에 예외를 둔 데 대해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도부 등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개정안대로 하면 해석의 여지가 너무 넓어 '당권-대권 분리' 원칙이 무력화될 우려가 크다"며 "(지도부 말대로면) 보다 엄격하게 범위를 제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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