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51〉AI 적응 시대의 시작, Apple Intelligence
지난 10일 애플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애플만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 AI 분야의 후발주자로 인식되어 온 애플은 기존 앱과 운용체계(OS) 기능에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기능을 추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이를 통해 생성형 AI는 그 자체로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기능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예를 들어, 애플 인텔리전스는 iOS의 텍스트 재작성 기능을 강화해 사용자가 작성한 문장을 보다 자연스럽게 수정해 준다. 또, 사진 앱 내에서 이미지 수정 기능을 통해 간단한 명령어로 사진을 편집하거나 보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메시지 앱에서 프롬프트를 사용해 새로운 이모지를 생성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사용자가 원하는 감정을 더욱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챗GPT의 눈부신 등장 이후 많은 기술 기업들은 챗봇을 판매하고자 했고, 일부 스타트업은 래빗 R1(Rabbit R1)이나 휴먼 AI 핀(Humane AI Pin)과 같은 전용 AI 하드웨어를 개발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스마트폰 외에 추가된 디바이스는 실제 사용하기에 부담스럽고 불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애플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우리가 기대해 온 AI의 발전 방향과 보다 부합해 보인다. 애플은 AI가 주가 되는 전문적 기능 제공보다는, 기존의 앱과 OS 기능을 개선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물론 이번에 선보인 기능들은 경쟁업체들의 AI 적용 기능들과 비교해 전혀 새롭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AI를 활용해 온 방식이 다른 웹을 열고 복사-붙여넣기를 하거나, 때로는 횡설수설한 챗봇의 답변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이었음을 기억해 보자. AI가 진정 유용해지려면 이미 사용하는 기술에 보다 자연스럽고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한 단계 나아간 'AI 적응의 시대'를 예고한다.
애플은 언어, 이미지, 액션(Action), 개인적인 맥락을 애플 인텔리전스가 가져올 핵심 요소로 정리했다. 이는 곧 애플의 디바이스가 있기에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집중해야 할 핵심이 바로 이 '디바이스의 존재감'과 '액션'이다. 이는 곧 실제 현실에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적용, 즉 사용자의 일상에서의 필요를 AI와 디바이스를 통해 즉각적으로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으로 이뤄낸 혁신의 연장선상에 있다 할 수 있다. 이미 2007년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의 발표를 통해 애플은 이후 10여년간 우리의 삶의 거의 모든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어디서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어 업무 방식 및 고용 관계에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전자상거래 앱과 모바일 뱅킹의 일반화는 소비의 행태와 금융 서비스 사용 방식을 혁신했다. 분명하게도 애플 디바이스의 확산은 새로운 기기의 등장을 넘어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발표는 다시 한번 인간 삶의 변화를 예고한다.
전략 컨설턴트인 Mikkel Krenchel은 AI와의 관계는 우리가 '말'과 맺는 관계, 제3의 관계와 같다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기대하는 규칙과 기대를 따르지 않는 점, 전통적인 기술의 규칙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역사를 바꿔온 '말'과 AI가 닮았다 주장한다. 말은 우리가 더 빨리 이동하게 도왔고, 밭을 더 잘 갈게 해주었으며, 더 무거운 물건을 옮기게 해주었다. 심지어는 새로운 종류의 전쟁마저 가능하게 했다. 또 말은 인간과 다른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을 인간과는 다르게 경험한다는 점에서도 AI와 비슷하며, 인간과 말이 항상 서로를 필요로 해왔다는 점, 단기적 도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동반자였다는 점, 두 마리의 말이 같지 않듯 모든 AI 모델이 다르다는 점 등 AI가 인류 역사 속 말과의 관계와 닮았다는 그의 표현은 다소 비약적 일 수 있으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된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말'을 통한 인류의 삶의 변화를 연상시키는, 보다 직접적인 결과까지 제공하는 AI와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점처럼 보인다. 특히 아이폰을 통한 온디바이스 방식의 AI 통제권을 제공하는 이번 변화는 AI를 우리 일상 속으로 보다 밀접하게 끌어들일 것이다. 물론 애플 디바이스를 통해 AI가 이전보다 훨씬 개인적인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말이 인류의 지평을 넓혔듯, AI가 우리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건 분명해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애플 인텔리전스 관련 발표는 큰 변화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Apple Intelligence: 애플이 자사 기기에 탑재하려는 AI 기술 / 온디바이스(On-device):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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