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권 청구 어렵지만…'집단 휴진' 교수들 무모" 변호사 일침, 이유는

박미주 기자 2024. 6. 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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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학병원장들에 집단휴진 장기화 시 구상권 청구 검토 요청…이미 빅5 하루 10억~30억원대 적자
입원환자 통계/그래픽=이지혜

오는 18일 의료계의 집단휴진을 앞두고 병원장들이 파업 교수들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조계 해석이 나왔다. 반면 정부가 병원장들에게 집단휴진 교수들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상권 청구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구상권은 타인의 행위로 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된 자가 그 타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인데 병원장이 교수들에 구상권을 청구하려면 환자의 손해배상 청구 등이 우선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17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의대 비대위)가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외래 휴진·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등 전면 휴진에 돌입했다. 휴진에는 진료를 보는 교수 967명 중 529명(54.7%)이 참여한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과 비교해 60% 수준으로 유지되던 수술장 가동률은 30%대로 절반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8일부터는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실시된다.

집단휴진에는 개원의들을 포함해 40개 의과대학이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의교협 조사 결과 지난 14일 기준 휴진에 참여하는 의과대학은 35곳, 병원은 50곳 이상이다.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대 의대 소속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이에 정부는 대학병원장들에 집단휴진이 장기화되면 교수들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요청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전날 정부는 "각 대학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다"며 "앞으로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장기화되어 병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하고, 병원에서 집단 진료 거부 상황 방치 시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대형병원들에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을 미리 지급하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을 고용한 입장인 병원장들도 집단 진료 거부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교수들에 구상권을 청구하긴 어렵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 변호사는 "의대 교수는 고용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그걸 안 했으니 병원장은 그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진료 거부는 불법행위로 그에 대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상권은 환자가 진료를 못 본 데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병원장이 손해배상을 해준 뒤 그에 대해 원인이 되는 교수들에 청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환자들은 대형병원과 관계에서 진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피해만 보고 실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병원장이 교수들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의료 전문 변호사도 "구상권을 청구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병원 운영진은 집단휴진 참여 교수들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교수들의 집단휴진으로 경제적 손해를 입게 되면 배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그냥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병원은 집단휴진으로 인한 손해 규모가 클 테고 이를 개인이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인데 교수들이 집단휴진한다고 하니 답답하다. 변호사가 볼 때 너무 무모한 행동들을 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이지만 교수들은 병원 직원인데 대체 가능 인력들로 교체한 후도 아니고 자리는 보전하면서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니 업무방해도 고의적이고 해서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봤다.

이미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대형병원들은 큰 손실을 입고 있다. '빅5' 대형병원은 하루 10억~30억원대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14일 빅5의 일 평균 일반입원병상 가동률은 전공의 집단이탈이 있기 전인 지난 2월 1~7일 평시 대비 69.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빅5의 평시 대비 일 평균 중환자실 가동률은 77.9%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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