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등장한 ‘중국 위기론’…“통계와 정치적 요소 함께 고려해야”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2023년부터 ‘중국 정점론’(Peak China)과 ‘중국 위기론’(China Crisis)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각종 수치들은 연일 ‘중국 위기론’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이 여전히 G2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국 위기론’은 실제 상황일까, 누군가의 희망이 들어간 전망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17일 발간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브리프’에서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아티클 ‘또다시 등장한 중국 위기론,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찾을 수 있다.
조 교수는 “중국의 경제 문제를 볼 때 구조적 요인에 의한 문제인지 상황적 요인에 의한 문제인지 구분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의도적 산물인지, 아니면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한 결과인지도 구분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단순히 통계 수치만 바라볼 경우는 이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점에서 중국의 경제 문제를 볼 때는 수치에만 의존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상위 10대 경제 대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중국(5.2%)은 인도(7.8%)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은 3조6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1% 증가했고, 무역 수지도 8890억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간단한 통계자료만 보아도 중국 위기론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규모가 1조7000억달러이고 인구가 5000만명인 한국은 1.4%, 경제 규모가 1조3000억달러이고 인구가 2300만명인 대만은 1.3% 성장했는데, 한국과 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위기론은 유행하지 않았다.
반면 17조8000억달러의 경제 규모를 가진 14억2000만명의 중국이 5.2% 성장했는데 위기라고 진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조 교수는 “중국 정점론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망하는 것이라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정설로 받아들이기에는 검토해야 할 문제가 매우 많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지난 40여 년의 개혁기를 볼 때 10년 주기로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고 이를 극복해 온 중국의 위기론은 새로운 것도, 놀라운 것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시점에서 다시 ‘중국 위기론’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 충격의 ‘시차 효과’(time-lag effect)라고 분석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2021년 말~2022년 초에 코로나 팬데믹의 정점을 경험한 반면, 중국은 2022년 말~2023년 초에 정점을 경험했다. 중국은 2022년 1년 내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다가 같은 해 12월26일 코로나와의 동행 정책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 교수는 “중국 정점론이나 중국 위기론은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의 정점을 겪으면서 보여주었던 사회경제적 혼란을 배경으로 등장해 급속도로 확산했다”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적 요인’이 조성한 경기침체 국면을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경제 위기로 과장 및 확대 해석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실업 문제, 특히 청년(16~24세) 실업률이 20%를 넘었다. 그러나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가 급증하면서 재정 문제가 녹록하지 않다.
조 교수는 중국 정부가 정책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사실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가 헝다 그룹이나 비구이위안 그룹 등 부동산 대기업의 부도를 ‘용인’한 것은 2020년부터 부동산 투자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던 방침 대신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고품질 발전’ 방침에 따른 정책적 결정이었다고 짚었다.
조 교수는 “2023년 10월에 개최된 중앙 금융 공작회의와 12월에 개최된 중앙 경제 공작회의에 따르면 중국은 경기부양책을 통한 경제성장보다 정치 사회적 ‘안전’을 중시할 것”이라며 “금융 정책도 양적 완화 대신에 ‘금융 안전 확보’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점론과 중국 위기론이 정치적 요소를 단순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진핑 ‘일인 지배’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중국의 국가 통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전무한 데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중국이 직면한 객관적인 위기 요소를 지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통치 체제가 그것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중국 정치 분야 최고 권위자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대학원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최근 저서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을 발간했고, 『중국의 통치 체제 1·2』(2022년), 『중국의 엘리트 정치』(2019년)과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부작 『개혁과 개방』·『파벌과 투쟁』·『톈안먼 사건』(2016년)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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