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노자산 개발 환경영향평가서 거짓 작성”…1100명 집단소송

시민 1174명이 17일 ‘거제 남부관광단지 지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최상원 기자

경남 거제시 노자산을 개발해서 골프장 등을 건설하려는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 지정을 무효 처리해달라고 1100여명의 시민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업을 지정한 근거가 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자산지키기 시민행동’ 회원 등 시민 1174명은 17일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한 ‘거제 남부관광단지 지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창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돼 그 내용이 심각하게 부실하다”라며 “이는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 등 사업부지와 인근의 우수한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거제 남부관광단지를 지정한 것은 중대 명백한 재량 일탈·남용”이라며 “당연무효에 해당한다”라고 덧붙였다.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경남 거제시 노자산 일대 369만여㎡(바다 39만여㎡ 포함)에 2028년 완공 목표로 27홀 골프장과 숙박시설·워터파크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8년 5월3일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됨에 따라, 경남도는 2019년 5월16일 ‘거제 남부관광단지’를 지정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추진하면 멸종위기종인 팔색조·거제외줄달팽이·대흥란 등 법정보호종 50여종이 삶터를 잃을 것으로 우려되는데,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엔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거나 이식하면 문제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0년 6월16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 작성됐다며 전략환경영향 조사업체를 고발했다. 수사 결과 이 업체는 120여건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짓·부실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부산지법은 지난해 12월14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업체에 벌금 1천만원 선고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자연’ 소속 최재홍 변호사는 “이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힐링·휴양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골프리조트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법원 판결을 통해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중대 명백한 하자가 확인됐기에, 이 사업의 지정은 당연무효 처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종태 ‘노자산지키기 시민행동’ 언론담당은 “불법에 근거한 관광단지 지정 고시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 또한 이번 소송을 통해 불법이 관행화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묻고 제도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