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전기차 `동남아 쟁탈전`
현대차, 현지에서 생산능력 강화
유럽차도 중국시장 대안 눈돌려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동남아시아에서 '한·중·일' 전기차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일본차가 주춤한 사이 중국이 저가 전기차 공세를 퍼부으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은 선제적인 현지화로 이에 맞서고 있다.
여기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을 대신한 생산기지로 동남아에 주목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완성차 업체는 동남아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1~2위를 자리했다. 태국(76%), 말레이시아(44%), 싱가포르(34%)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인도네시아(42%)에서는 2위다.
동남아는 인구 6억75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파른 경제 성장, 적극적인 전동화 전환 등으로 주요 신흥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동남아는 전통적으로 일본차가 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차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일본차는 전동화 전략이 지체된 것과 올 초 도요타가 품질 인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러 신뢰도에 금이 간 것 등으로 인해 최근 고전하고 있다.
이를 틈 타 중국차는 저렴한 전기차를 쏟아내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 중국의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배터리 공급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확보한 가격 경쟁력으로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에 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에 공장을 확충해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전동화 영향력을 높일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투자로 2022년 준공된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월평균 6000~8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배터리셀공장 'HLI그린파워'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 생산 및 판매 체계를 갖췄다.
싱가포르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준공했다. 현대차그룹은 단순 생산을 넘어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제조 기술 및 생산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로 키우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공세는 아직까지 극복해야 할 숙제다. 중국 현지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BYD 아토 3의 태국 판매가격은 89만9900바트(약 3500만원)로, 기아 EV5(약 4800만원)보다 1000만원 더 저렴하다.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내수 시장을 앞세운 규모의 경제에 저렴한 인건비, 여기에 풍부한 자원까지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저가 공세는 반칙이나 다름없다는 업계의 하소연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럽과 미국의 관세에 부딪힌 중국산 전기차가 동남아 등 제3세계로 나오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데다 과잉 생산으로 밀어내기에 적극적이라 우려가 더 커진다"며 "품질은 현대차·기아가 우수해도 일반 대중이 사는 중저가 모델에서 중국의 가성비를 따라갈 수 없기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동하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자동차 조립공장 가동을 개시하며 승용차 생산에 돌입했다. 이를 기점으로 동남아 신흥 시장 발굴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동남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발굴에 성공 경험이 있는 도요타는 그 노하우를 살려 아직 다른 완성차 업체가 들어가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유럽차도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동남아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이 소비재 내수 진작 정책을 펼침에 따라 유럽차를 비롯한 수입차들이 고전하고 있다. 14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폭스바겐은 지난해 BYD에게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중국도 보복 관세에 나설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 등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 완성차 업체가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대안으로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가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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