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스웨덴처럼...우리 軍 영관·장성에도 개인 소총 지급
軍 연말까지 소총 지급 목표
최전방 철책을 지키는 육군 수색대대장은 비무장지대(DMZ)를 순찰할 때 병사 소총을 빌린다고 한다. 최전방 사단장이 수색대대와 함께 동참 매복 작전을 할 때는 사단장도 소총을 빌려서 DMZ에 들어간다. 영관급 이상 장교들에겐 개인화기로 소총 대신 권총이 지급되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작전 상황에서는 소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영점 조준도 안 된 ‘남의 총’을 들고 가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관급 이상 지휘관도 자신의 소총으로 무장하고 작전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군 소식통은 17일 “실전적 근무를 통한 대비 태세를 확고히 하기 위해 국방부가 영관급 장교는 물론 장성급 지휘관에게도 소총을 지급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4성 장군도 작전상황에서는 자기 소총을 들고 다니는 미국과 스웨덴처럼 우리 군도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중 화기’ 제도를 통해 작전시에는 소총을, 평시에는 권총을 휴대하는 방안이다.
현재 우리 군은 소령 이상 장교들에겐 대부분 K5 등 권총을 지급하고 있다. 최전방 사단 수색대대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육군에선 “소령 진급 이후로는 소총 한번 안 쏴보고 별을 달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는 최근 영관급·장성급 지휘관을 대상으로 소총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고 육·해·공군·해병대를 대상으로 수요 파악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개머리판이 없어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K-1 소총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군 특성상 육군과 해병대 지휘관들이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는 올 연말까지 수요를 파악해 소총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의 이런 방침에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고 연쇄 복합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군 지휘관의 경계 의식을 높이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에서는 합참의장(대장)이 전선(戰線)을 시찰할 때 소총을 메고 다닐 정도”라며 “권총으로 실전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고위급 장교들도 소총으로 무장하고 실전 대비 태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군 내에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외국 장성들은 작전시 소총을 휴대하고 다니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2018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41개 다국적군을 지휘했던 미 육군 대장 오스틴 스콧 밀러 사령관이 M4 소총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4성 장군도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보병처럼 제식 소총을 휴대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82공수사단장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다른 병력이 모두 철수한 뒤 자신은 소총을 손에 든 채로 마지막에 수송기에 올라타는 장면이 야간 투시경으로 촬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 미카엘 비디엔 스웨덴 총사령관(우리 합참의장 격)도 실전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베레모에 소총을 들고 나타났다. 필리핀, 콜롬비아 등에서도 ‘별’이 소총을 들고 다닌다.
군 소식통은 “총은 기본적으로 개인화기인데 작전 시 대대장, 여단장, 사단장 같은 지휘관이 영점 조준도 안 된 남의 총을 들면 유사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돼 개선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한국군 장성급 지휘관의 상징과도 같은 ‘38구경 리볼버’ 권총도 화력이 강한 권총으로 교체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장성에게 지급되는 38구경 리볼버는 장전 실탄 수가 6발에 불과하고 유효사거리도 30m에 못 미치는 등 의전용·호신용 성격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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