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덜 비호감일까...첫 토론 앞둔 美 대선과 주말 간 유세전쟁
트럼프는 바이든 지지층 건드리고 바이든은 할리우드에서 기록적인 자금 결집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말 첫 대면 토론을 나서게 된다. 토론을 주관하는 CNN방송은 주말 사이 관련 규칙을 공개했다. 규칙에 따르면 노년의 두 후보에게 90분 동안 사전 작성한 메모를 지참할 수 없으며 토론장에는 오로지 펜과 메모지, 물 한 병만 제공될 예정이라 둘 모두에게 쉽지 않은 토론이 될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여론은 여전히 두 후보 모두 팽팽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약간 더 우세한 형국이다. 특히 미국 유권자들에게 두 후보 모두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여겨지는데, 다른 한쪽이 싫어서 뽑는 거지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실제로 퓨리서치의 조사 결과 미국인 4명 중 1명은 두 후보 모두에게 반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모두에 대한 비호감도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론을 목전에 둔 지난 주말 동안 두 후보는 유세에 박차를 가했다. 1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두 집단을 하루에 연이어 만나는 이색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미시간 주 유세에서 디트로이트 흑인교회 유권자들에 이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보수 우익단체 사람들을 만나 지원을 호소한 것이다. 미시간 주는 전통적으로 흑백 갈등과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해온 전투장과 같은 곳인데 전혀 다른 집단의 자신의 지지세력의 연합을 시도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날 디트로이트 시내의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교회에서 원탁 회의 형식의 모임을 주최한 뒤 연설했다. 디트로이트 중심가에 있는 허름한 벽돌건물로 지어진 교회에는 호기심 많은 지역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항의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교회 앞에는 ‘트럼프를 위한 흑인 국민들’이란 간판이 세워졌다. 이후에는 다시 다양한 종류의 극우파들과 연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단체 ‘터닝 포인트 액션(Turning Point Action)’이 마련한 국민 전당대회에도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링컨 대통령 다음으로 흑인 국민들을 향해 가장 많은 일을 해냈고 이루어낸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에 대해서는 “바이든은 흑인 국민을 위해서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었다”면서 불법적인 행동으로 흑인들과 흑인 사회에 큰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흑인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의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었다. 이어 그는 “그들(민주당)은 여러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여러분의 일터에 침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쇠퇴를 바이든 탓으로 돌리고, 자신이 집권하면 이를 복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시간 주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필승 승리주이자 캐스팅 보터다. 이날 미시간주에서 어떻게든 정치세력을 포섭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흑인 사회에 그렇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비판도 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든에게 표를 던졌던 흑인 유권자들이 그의 재임 성과에 실망하며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라 미시간주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시간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할리우드 한 곳을 집중 공략하면서 기록적인 규모의 정치자금을 모았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연예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세가 두드러졌다. 16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은 LA 시내에서 열린 대규모 후원 모금 행사에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 코미디언 지미 키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에 따르면 이날 최소 2800만 달러(약 389억 원)의 후원금이 들어왔고, 이는 민주당 대선 캠페인 사상 하룻밤 행사 최대 모금액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원로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선거운동 광고 내레이션을 맡았고,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8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 연출을 돕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 배우 마크 해밀이 백악관을 깜짝 방문했고, 미국 대통령 역할을 하기도 했던 마이클 더글러스는 자택에서 모금 행사를 열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예계에서 인기가 높다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곁에 젊은 스타들은 드물다”며 “이스라엘에게 지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진보 진영의 곳곳에서 트럼프 당선 대비 계획 수립 논의에 조기 착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박빙 열세를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초강경 낙태, 이민 정책 등을 시행할 것을 가정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예컨대 미국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둔 주들이 먹는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을 비축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에 낙태약을 다른 주(州)로 배송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이민책에 대응해 이민 단체들이 다음 정권 시나리오를 계획하는 등 미국 사회 곳곳에서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NYT는 이러한 현상을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이든이 여론 조사에서 뒤쳐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심지어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이, 흑인, 히스패닉계가 점점 트럼프 전 대통령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WSJ의 여론조사에서 역시 흑인 남성의 30%가 확실히 또는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NYT는 “진보단체들과 달리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2기에 대비한 계획 수립에 소극적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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