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 "휴진, 근거없는 정책에 저항"
"마지막 카드…정부 편서 매질만 하지 않길"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지 넉 달 가량된 가운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집회를 열고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완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신설, 2025학년도 의대정원의 재조정과 2026학년도 이후 정원 재논의 등을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출범 때부터 중재안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려 해왔고 물밑 접촉도 수 없이 해오면서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6월이 지나도록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고, 전공의들이 면허 정지 당할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 최고 의료 교육기관 교수로서 근거 없는 정책이 강행되는 것을 온몸으로 저항한다”면서 “현장을 모르는 정책결정권자가 우리나라 의료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진료 교수 중 55% 가량에 해당하는 520여 명(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 제외)이 휴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이날 응급·중환자와 희귀·난치 질환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면서 현장에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사직서를 내고 대거 병원을 떠난 후 60%대로 떨어진 수술실 가동률은 30%대로 하락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지난 일주일간 500여 명의 교수들이 빠른 속도로 이번 일주일 동안의 외래와 수술을 조절해줬다”면서 “수술 건수는 모든 전공의가 있을 때를 100%라고 했을 때 이번 주 30%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은 중환자실, 응급실, 입원실 모두 열려 있다"면서 "(진료 일정) 조정이 안 된 환자들도 있는데, 걱정하지 말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을 못 받았거나 약이 필요하는 환자들도 모두 와서 진료 받길 바란다"면서 "환자들을 다치게 하거나 힘들게 하려는 게 진의가 아니다”고 했다.
또 "의료 정책이 국민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합리적인 의료 정책이 수립되도록 노력하고, 국민의 이익이 아닌 정권에 의한 정책이 수립되지 않도록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알렸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전 비대위원장)은 "서울의대 교수들이 휴진한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기 때문"이라면서 "환자를 보던 의사가 왜 이렇게 투사가 돼 대정부 투쟁을 하고 온 국민에게 욕을 얻어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고, 정부가 도대체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전면 휴진뿐"이라면서 "하지만 끝까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교수들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바로 휴진을 철회하고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 투쟁위원장은 "우리는 할 만큼 했고 모든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정부에 있으니,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자유 발언을 통해 "수련과 교육 책임을 갖는 대학병원장과 대학총장은 정부처럼 무심하게 전공의 학생에게 복귀하라 말하지 말라"면서 "국가와 조직의 미래를 내다보는 비판적 지성의 수장으로서 정부, 국민, 언론이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도록 책임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 치료를 명분으로 복귀를 강제하는 것은 전공의를 볼모 삼아 의료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와 병원의 폭력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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