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 등본만 믿고 종중땅 사면 '거래 무효'[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최우석 2024. 6. 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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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땅을 포함하여 해당 사업부지에 아파트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재개발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B종중에서 A재개발 조합으로 넘어간 땅을 돌려달라는 것.

소송의 내용은 B종중이 자신의 땅을 A재개발 조합에 매도할 때 종중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땅 매매가 무효가 된다는 것이었다.

종중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조합의 재개발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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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 A재개발 조합은 아파트 재개발 사업을 위해 B종중의 땅을 샀다. 종중땅을 포함하여 해당 사업부지에 아파트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재개발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던 중 A재개발 조합은 소장을 받게 된다. B종중에서 A재개발 조합으로 넘어간 땅을 돌려달라는 것. 소송의 내용은 B종중이 자신의 땅을 A재개발 조합에 매도할 때 종중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땅 매매가 무효가 된다는 것이었다. A재개발 조합은 예상치 못한 소송으로 위기에 처했다.

종중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조합의 재개발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총회 의결을 거쳤다는 증거가 있더라도 종중의 규약을 어겼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조합이 종중에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중 땅을 매수할 때 매수자는 등기소에서 종중총회 관련 서류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이러한 서류를 바탕으로 A재개발 조합은 적법한 총회결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해당 부동산 매매업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종충총회 관련 서류를 단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수자는 종중이 총회 의결을 거치는 방식이 종중 규약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따져야 한다. 이 경우 서류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B종중은 "총회 결의가 서면 의결로 진행됐기에 무효"라며 소송을 걸었다. B 종중의 규약은 서면 결의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더욱이 B 종중의 종원 C씨는 B 종중을 상대로 법원으로부터 ‘종중총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받아 승소했다.

종중과 같이 이른바 ‘비법인사단’의 재산을 처분할 때에는 총회의 결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만약 총회 결의 없이 부동산 등 재산을 처분하면 그러한 재산 처분행위는 무효가 된다. 대법원도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에 속하는 것”이라면서 “그 처분에 관해 먼저 종중 규약에 정하는 바가 있으면 이에 따르고, 그 점에 관한 종중 규약이 없으면 종중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그 처분행위는 무효”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무효가 절대적 무효이므로, 선의의 제3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종중으로부터 땅을 구입한 매수인뿐만 아니라 이를 전전매수한 사람도 무효가 돼 땅을 돌려줘야 한다. 부동산등기부를 믿고 샀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 등기부에 공신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등기부에 공시력만 부여한다. 등기부는 추정적 권리를 기재한 것이니 보고 참고하라는 정도의 권한만 부여하는 것이다. 부동산 등기부에 공신력이 부여돼 있으면, 이를 믿고 거래한 자는 이전의 매매계약 등이 무효가 돼도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공신력이 아닌 공시력만 부여하는 우리나라 법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종중 땅을 매수하는 법인이나 개인 등은 종중과 같이 비법인 사단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땅을 매도했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한 후에 구입하지 않으면 추후에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해진다. 종중 땅을 매수할 경우 부동산등기부나 형식적 서류만을 믿지 말고 직접 종중 관계자를 만나 규약을 확인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함을 명시해야 한다. 조합 입장에선 종중 땅 매수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일했다면 이런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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