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도 웨지로 친 55야드 벙커샷’ US오픈 승부가른 결정적 장면… 디섐보 “그건 내 인생 최고의 샷”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마지막홀에서 ‘인생 최고의 샷’을 치고 4년 만에 US오픈 우승컵을 다시 들었다.
디섐보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CC(파70)에서 열린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제124회 US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2150만 달러) 최종라운드 마지막홀에서 극적인 파세이브에 성공하고 1타차 우승을 거뒀다. 3타차 선두로 출발한 디섐보는 버디 2개, 보기 3개로 1타를 잃었으나 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줄이며 따라붙은 매킬로이(5언더파 275타)를 뿌리쳤다.
승부는 공동선두(6언더파)로 맞은 18번홀(파4)에서 갈렸다. 앞조의 매킬로이가 1m 거리의 내리막 슬라이스 퍼트를 오른쪽으로 놓치고 보기를 범한 반면, 챔피언조의 디섐보는 그린 오른쪽 벙커에서 55야드 거리의 세번째 샷을 홀 1m 앞에 붙인 뒤 오르막 퍼트를 넣고 환호했다.
우승인터뷰에서 “그건 내 인생 최고의 샷이었다”고 55도 웨지로 친 벙커샷을 돌아본 디섐보는 “벙커에 가보니 여태 보지 못했던 최악의 위치에 공이 있었고, 투 퍼트로 마무리 하자는 생각이었다”며 연장전을 각오했었음을 밝혔다.
우승 퍼트를 넣은 뒤 “페인 스튜어트가 여기에 있다”고 환호한 디섐보는 시상식에서도 우승컵을 품고 하늘을 가리키며 “그가 내려다보고 있다”고 경의를 표했다. 스튜어트는 1999년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었으나 넉달 뒤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디섐보는 또한 2년 전 사망한 아버지를 추모하며 우승컵을 바쳤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020년 US오픈을 포함해 8승을 거두고 LIV 골프로 이적한 디섐보는 지난해 LIV 2승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디섐보는 메이저대회 역대최고 우승상금인 430만 달러(약 58억 8000만원)를 받았고 세계랭킹도 38위에서 10위로 올랐다. LIV 골프 선수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해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브룩스 켑카(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2011년 US오픈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우승, 2014년 PGA 챔피언십 이후 10년 만의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 매킬로이는 13번홀까지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고 단독 선두로 나섰으나 15번(파3), 16번(파4), 18번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더하며 무너졌다. 16번홀에서 60㎝ 남짓한 파 퍼트를 실패하고 18번홀에서도 1m 파 퍼트를 못 넣은게 결정적이었다.
지난해에도 윈덤 클라크(미국)에게 1타차로 패한 매킬로이는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었다”며 불운을 곱씹었다. 2014년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4승을 쌓은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만 4번째 준우승이다.
패트릭 캔틀레이와 토니 피나우(이상 미국)가 공동 3위(4언더파 276타)를 차지했고 매튜 파봉(프랑스)이 5위(3언더파 277타)에 올랐다.
김주형은 이날 6타를 잃고 공동 26위(6오버파 286타)로 2년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했고 김시우가 공동 32위(7오버파 287타), 김성현이 공동 56위(12오버파 292타)로 끝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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