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산업안전보건공단, 삼성 기부금 250억으로 산 건물 2년째 방치

김양혁 기자 2024. 6.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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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40억원을 들여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있는 6층짜리 건물을 샀지만 2년째 비워두고 있는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이 건물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매입한 시점은 지난 2022년 6월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건물을 2년간 방치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향후 건물 활용 계획에 대해 "국토부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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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건물 매입 후 2년 간 비워둬
수도권정비계획법 안 지켜 청사 활용 못해
공시지가 5.79%↓… 감사원“기부금 취지대로 사용 못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22년 6월 청사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건물. /김양혁 기자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40억원을 들여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있는 6층짜리 건물을 샀지만 2년째 비워두고 있는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건물 매입 대금은 전액 삼성전자 기부금에서 나왔는데 법률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청사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22년 6월 청사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건물.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출입문 개폐 장치에 먼지가 쌓인 모습. /김양혁 기자

문제의 건물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있는데 연면적 6183㎡ 규모다. 지난 주말에 기자가 이곳을 찾아갔더니 건물 외벽 곳곳에는 전선들이 튀어나와 있었고, 출입문 개폐 장치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입구는 교통통제용으로 주로 쓰이는 주황색 트래픽 콘 두 개 사이로 긴 막대를 연결해 막아둔 상태였다. 그 안에는 상아색 철문이 굳게 닫혀 있어 지하 주차장 내부는 볼 수 없었다.

이 건물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매입한 시점은 지난 2022년 6월이다. 건물값만 240억원을 냈고 부가세로 12억원을 더 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22년 6월 청사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가 막혀 있다. /김양혁 기자

건물 매입 비용은 모두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와 관련해 기부한 500억원에서 252억원을 사용한 것이다.

애초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미래전문기술원(현 스마트안전보건기술원) 청사를 마련하려 했다. 그런데 수도권 정비 계획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서울과 인천을 비롯해 경기도 일부 지역 등 과밀억제권역에서 연면적 1000㎡ 이상의 청사를 신축·증축, 용도변경 하는 경우 국토부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건물을 샀다. 건물 매입 전에 법무법인과 건축사사무소 선정을 위한 자문 계약까지 맺어 놓고 수도권 정비 계획법에 규정된 절차는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건물을 2년간 방치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단이 매입한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2022년 기준 ㎡당 350만5000원이었는데, 올해 330만2000원으로 5.79% 떨어졌다. 연면적을 대입하면 2년 새 가치가 10억원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건물 매매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국토부) 수도권 정비 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집행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거액의 기부금이 산업안전보건 인프라 구축이라는 당초 기부금 취지대로 사용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향후 건물 활용 계획에 대해 “국토부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해당 건물에 대한)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 계획은 없다”면서도 “감사원에서도 지적한 건이기 때문에 추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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