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조원 리츠시장' 더 키운다…'프로젝트 리츠'도 도입
리츠가 개발부터 임대·운영까지
헬스케어·데이터센터 투자 가능
정부가 100조원에 육박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이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물꼬를 확 터준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리츠가 좋은 자산을 먼저 개발·편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한다.
투자 대상도 시니어주택, 데이터 센터 등까지 확대한다. 지역상생리츠를 만들어 지역민들이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게 우선 공급한다. 미분양 구조조정(CR) 리츠의 경우 모기지 보증 제도를 통해 조달 금리를 연 12~13%에서 5%포인트 이상 낮춰준다.
리츠, 규제에서 지원으로 전환
국토교통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소득 증진 및 부동산 산업 선진화를 위한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리츠란 개별적으로 투자하기 힘든 고가·우량 부동산에 투자자들을 모아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주식회사다.
국내 리츠는 2001년 도입 이후 지난 5월 말 기준 자산 규모가 약 98조원(상장리츠 16조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다. 투자 대상 또한 주택·오피스(76%)에 집중돼 있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장은 "선진국에 비해 행정이 경직돼 있고 세제 등 정부의 지원이 많이 부족했다"며 "일본의 경우 일본은행이 상장 리츠에 6조원 이상의 자본을 투자해서 리츠를 띄웠는데, 우리나라도 리츠가 부동산 선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리츠가 부동산을 직접 개발해 임대·운영까지 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리츠로 부동산을 개발하려면 변경 인가, 공시, 주식 분산 등의 규제가 뒤따라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세워 개발한 뒤 리츠가 인수해 운영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개발 단계(사모)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운영 단계(공모)에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적용되는 이원적 방식을 도입한다. 개발 단계에선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적용해 사업 지연을 막는다. 1인 주식 소유 한도 제한(50% 이하)도 없앤다.
기존엔 소재지, 상호, 자본금 등 40건에 달하는 보고와 재무제표 등 17건에 달하는 공시를 해야 했다면 프로젝트 리츠는 재무 현황 등이 기재되는 투자보고서만 내도록 한다. 주식 공모(30%) 시기도 준공 후 2년에서 5년 내까지 허용한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와 도시개발, 도심복합개발 때 프로젝트 리츠 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리츠 도입을 위해서는 부동산투자회사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니어주택·데이터센터도 리츠 투자
리츠가 '좋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투자 대상도 확대한다. 지금은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열거된 자산에 대해서만 투자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국토부가 승인하는 자산에 폭넓게 투자할 수 있게 한다.
고령화, AI(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헬스케어, 테크 자산 등으로 리츠 투자 대상을 넓힌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시행령을 개정한다. 국토부는 '시니어주택'과 '의료·상업 복합시설'을 합친 헬스케어리츠를 내년까지 3곳 이상 공모하기로 했다.
김승범 과장은 "지난해 11월 동탄2에 헬스케어부지를 발표했는데 우선협상자 선정 전 67개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며 "2조원의 메가 프로젝트라 2개 업체만 신청했지만 초고령화시대 헬스케어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헬스케어리츠는 2·3기 신도시 내 택지를 활용한다. 대상지 확정 후 지구계획 변경 등 절차를 추진하며 오는 2030년까지 총 10곳을 공모할 계획이다.
AI, 탄소중립 등 신성장 산업 자산인 데이터센터와 태양광·풍력발전소 등 청정에너지 자산 투자도 허용한다. 국토부는 또 2·3기 신도시 내 업무·상업 용지를 리츠 방식 사업자에게 우선 제공할 예정이다.
김 과장은 "신도시 공급할 때 문제는 운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매각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상가 공실이 발생하고 관리가 잘 안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리츠는 건설만 하는게 아니라 운영도 하기 때문에 상가 관리도 된다"며 "좋은 공공택지는 리츠로 사업시행하는 자에게 우선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우선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상생리츠' 도입도 검토한다.
김 과장은 "리츠는 인가 받고 2년 안에 주식의 30% 이상을 공모해야 하는데 공모 대상에 제한을 두진 않는다"며 "가령 세종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자 할 때 제주도민 신청도 받는 식인데, 필요에 따라서 지역 주민들이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게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분양 CR 리츠, 대출 금리 확 내린다
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미분양 CR 리츠(기업구조조정 리츠)'도 도입을 구체화했다. 지난 2009년 6개 CR 리츠가 총 2163가구를 매입한 전례가 있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 가구수(4만6000가구)의 5% 수준이다.
국토부가 지난 4월 사전 수요조사를 한 결과 미분양 주택 약 5000가구의 수요가 파악됐다. 국토부는 이를 "미니멈"(최소)이라고 봤다. 김 과장은 "대기업의 경우 미분양을 갖고 있다고 공개되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수요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CR 리츠의 '모기지 보증' 활용 지원에도 나선다. CR 리츠는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조달 금리가 책정되는데, 조금만 위험성이 있어도 대출 금리가 높아져 통상 12~13%로 책정된다.
그러나 HUG의 모기지 보증을 활용하면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낮출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했다. 기업의 이자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HUG 내규 개정을 통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도 추진한다.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브릿지론 상환에 곤란을 겪는 경매 위기 사업장 토지를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지난 4월 사전 수요조사한 결과 총 55건(2만7000가구)가 접수됐다. 김 과장은 "분양에서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로 옷을 바꿔 입으면 미분양 리스크가 줄고 기금과 에쿼티(지분) 신용보강이 돼서 대출이 일어날 수 있다"며 "사업자는 나중에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회수할 수 있고 공공 입장에선 경공매 시 주택공급이 단절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최근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건설 실적 부족을 감안해 시공사 참여 요건인 건설 실적 요건을 현행 3년간 300가구에서 5년간 300가구로 완화한다.
아울러 일반 투자자가 확대될 것을 고려해 투자자 보호장치는 더 두텁게 한다. 분기마다 공시하는 투자보고서를 투자자 관점에서 개편하고, 월 배당도 가능케 한다. 김 과장은 "월마다 장기적으로 배당금이 들어오게 되면 노후에 국민연금과 함께 안정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툴(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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