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짠물소비 조언…MZ세대 ‘거지방’ 열풍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4. 6. 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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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냥 걸어가세요." "사장님이 점심 사주셨어요." "와, 정말 부럽습니다." "저 간식 시킬까요 말까요." "참읍시다."

지난 14일 매일경제 취재진이 들어가본 일명 '거지방'에서는 이러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거지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지출 챌린지'를 통해 본인의 절약 습관을 공유하고 소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물가 흐름이 '거지방'과 같은 유행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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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 공개하자
“배달 금지” “카드 사용 금지”
돈 안쓰기·돈 모으기 정보공유
“경기 불황 속 놀이처럼 저지출 습관화”
카카오 오픈채팅방 ‘거지방’
“버스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냥 걸어가세요.” “사장님이 점심 사주셨어요.” “와, 정말 부럽습니다.” “저 간식 시킬까요 말까요.” “참읍시다.”

지난 14일 매일경제 취재진이 들어가본 일명 ‘거지방’에서는 이러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취재진이 거지방에 입장하자, 채팅방 참여자들은 “거하”(거지 하이)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창에 ‘거지방’이라고 검색하니 셀 수도 없이 많은 거지방이 나왔다. 채팅방 참여자는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천명단위까지 있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돈을 얼마나 안썼는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 공유가 되고 있었다. “저는 캘리그래피 같은 취미로 돈을 벌어서 사업빚을 전부 청산했어요”라며 빚 청산 ‘증언’을 하기도 했다.

거지방마다 운영 조건이 있었다. 구걸이나 돈 많은 연예인 언급, ‘자랑질’과 재산, 소득, 빚 공개 등이 금지됐다. 채팅방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은 ‘○○거지’와 같은 것으로 설정해야 하는 조건도 있었다.

하루 동안 지출 내역을 ‘무지출’, ‘저지출’, ‘과소비(3만원 이상)’로 나누어 투표하고, 3만원 이상 지출한 내역은 댓글로 적어야 하는 방도 있었다. 3회 이상 미참여 시 강퇴 조건이기 때문에 무조건 참여해야 했다. 다만 사실인지 여부는 본인의 ‘양심’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기자가 통장 잔고를 공개하며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묻자 “배달은 금지다” “신용카드는 절대 쓰면 안된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안된다”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 대신 걸어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등의 조언이 쏟아졌다.

고물가 속 MZ세대들의 새로운 절약 문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이 떠오르고 있다. 거지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지출 챌린지’를 통해 본인의 절약 습관을 공유하고 소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거지방에 참여하면서 신용카드를 없앴다는 한 참여자는 “혼자 했으면 못 했을 극단적 절약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할 수 있게 됐다”며 “거지방에 참여한지 세 달째인데 앞으로도 꾸준히 참여하면서 돈을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로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특히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1% 상승했다.

밥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신선식품 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17.3% 올랐다. 신선채소는 7.5% 올랐고, 신선과실 상승률은 39.5%로 치솟았다.

이러한 고물가 흐름이 ‘거지방’과 같은 유행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경기가 불황이다보니 소비 지출을 아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과거에는 혼자 악착같이 절약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챌린지 형태로 함께 놀이처럼 습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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