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임금협상" 최저임금…'한철 협상'으로는 안 된다[기자수첩]

고홍주 기자 2024. 6. 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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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여름이 되면 고용노동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와 국회의사당 앞은 온갖 구호들로 가득찬다.

이듬해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노사가 '총결집'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심의가 끝난 직후 노사공 모두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에 이토록 중요한 것이라면, 여름 한 철 바짝 논의해서 임금을 올리는 그 자체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진정한 시대과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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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매해 여름이 되면 고용노동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와 국회의사당 앞은 온갖 구호들로 가득찬다. 이듬해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노사가 '총결집'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불과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저임금 인상 혹은 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최저임금에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리는 걸까?

올해 제2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임위는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이 일반적인 한국 사회의 '전 국민 임금협상'"이라고 말했다.

흔히 많은 직장인들이 최저임금은 시간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 부위원장의 말대로 최저임금은 결코 일부 계층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이 아닌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월급을 책정하는 경우가 흔하고, 심지어는 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율도 2022년 기준 3.4%나 된다.

여기에 정부 예산안에 들어가는 각종 인건비 계산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매해 여름 한 두 달 이어지는 '한 철 회의'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바꿔 생각하면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한 두 달 안에 끝내는 게 정말 맞나 하는 의문이 든다.

고용노동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최임위는 일종의 '정례'다. 지난해에도 올해도 같은 과정으로 반복된다. 노동계는 물가폭등으로 인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들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다. 몇 주 동안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다 파행을 빚고, 도저히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권고안을 제시하고 표결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법정 심의기한은 있으나마나 한 기준이 된다. 과연 이 기간 동안 얼마나 깊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지난해 심의가 끝난 직후 노사공 모두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각자가 주장하는 바는 다르지만, 현재의 방식으로는 모두가 결과에 불만족하는 관행이 반복될 것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모였다. 하지만 제도개선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고, 올해도 역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바뀌지 않은 그 제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올해 심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법정 심의기한을 불과 10일 남겨둔 현재까지도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미뤄볼 때 올해도 또 '최장 심의' 기록을 갈아 치울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올해도 한 철 회의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논의는 5, 6월에 반짝하다가 끝난다. 그 반짝하는 사이에 500만, 600만의 최저임금 노동자가 피눈물을 쏟는다."

노동계 출신인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 9860원. 최저임금 1만원까지 불과 140원 남은 상황에서 과연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에 이토록 중요한 것이라면, 여름 한 철 바짝 논의해서 임금을 올리는 그 자체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진정한 시대과제일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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