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정상화 급물살 타는 헬스케어타운·예래 휴양형주거단지…“밑그림부터 새롭게”
동북아 최초의 국제 의료·휴양 복합단지로 기대를 모았으나 갑작스런 공사 중단으로 장기간 표류했던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과 휴양형주거단지의 사업 정상화 움직임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았다가 자금난과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 무산으로 사업이 중단됐던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자산 인수와 사업 재구조화를 추진 중이다. 토지 수용을 둘러싼 분쟁으로 중단된 예래 휴양형주거단지는 개발계획을 변경하고 토지주에게 추가보상을 제공해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13일 찾은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앞으로는 청정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한라산 중산간이 감싸고 있는 위치한 빼어난 입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154만㎡(47만평)의 광활한 부지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제이디씨가 직접 투자한 의료서비스센터뿐이다. 센터 바로 옆 400실 규모 콘도는 지난 2015년 당시 중국인들의 제주 부동산 투자 열풍 속에 완판됐지만, 지금은 평상시 중국인 거주자가 거의 없는 ‘불꺼진 집’으로 썰렁한 상태다.
헬스케어타운은 중국 녹지그룹이 1조130억원, 제이디씨가 5494억원 등을 투자해 총 1조6천억원 규모로 병원과 휴양 콘도미니엄, 호텔, 상가를 지으려 했으나 2017년 사업이 중단됐다. 경제 상황이 나빠진 중국 정부의 외환 반출 억제정책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된 여파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추진 계획을 놓고는 의료 공공성 훼손 논란이 강하게 일었다.
장기간 사업 중단 상황에서 고심하던 제이디씨는 지난해 12월 녹지 측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해 사업 재구조화의 물꼬를 텄다. 제이디씨가 녹지의 자산 70%를 인수해 직접 사업에 나서고, 녹지는 제이디씨로부터 받은 매각 대금을 활용해 나머지 30%를 완공한 뒤 운영하는 구조다.
유경흥 제이디씨 의료사업처장은 “(녹지 자산 인수에 필요한) 미준공 건축물 감정평가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한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 녹지와 협상해 사업장 인수를 시작하면 내년께 인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이디씨는 오는 9월에는 헬스케어타운 사업계획을 재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시작한다.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다국적 시니어타운 건립을 검토 중이며, 외부 투자 유치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녹지국제병원은 우리들리조트 자회사인 디아나서울이 인수해 비영리 의료법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으로 간판을 바꿨다. 현재 병원은 올해 12월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당초 지하 1층~지상 3층 47병상 규모였으나 특수의료장비 도입이 가능한 기준인 200병상으로 늘리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유 처장은 “세포치료센터와 암, 당뇨가 주 진료 분야가 될 것”이라며 “헬스케어센터는 종합병원보다는 시니어타운과 연계한 전문병원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헬스케어타은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서귀포시 예래 휴양단지 사업지는 중문관광단지 바로 옆 해안가 언덕에 위치해 서귀포 앞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늑한 풍광을 지닌 곳이다. 예래 휴양단지는 제주 외자 유치 1호 사업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도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대를 모은 2조5천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2017년까지 호텔, 콘도, 쇼핑센터, 공연장 등을 조성해 세계적 수준의 휴양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2014년 2층짜리 147개 콘도가 개성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공사에 들어갔으나 이듬해 7월 공정률 65%, 분양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사가 멈춰 섰다.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일부 토지주들이 제이디씨와 제주도를 상대로 토지수용 재결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대법원이 ‘토지 강제수용 무효’ 판결을 내리며 사업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버자야그룹은 2020년 6월 제이디씨로부터 배상금 1250억원을 받고 철수했다.
표류하던 이 사업에 재추진 동력이 생긴 것은 제이디씨가 법원의 조정에 따라 토지 소유권 분쟁을 끝내기 위한 추가 보상을 시작하면서다. 10여년 전 토지 수용 당시 지급한 땅값과 법원 감정평가액 차액을 토지주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이디씨는 지금까지 추가 보상 총액 740억원 중 50.1%(371억원)를 지급했다. 올해 말까지 70% 이상을 집행하고, 종전 유원지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띠고 있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인허가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계획에서는 콘도 등 숙박시설 용지가 56.2%였지만 새 계획에서는 주거시설용지를 26.2%로 놓고 글로벌 워케이션센터(기업 연수원·연구개발 시설, 공유 오피스 등) 11.3%, 휴양문화시설(미술관·박물관·문화예술공간 등) 17.9%, 상업시설 용지를 2.1%로 재설정했다.
김재일 제이디씨 관광사업처 휴양단지팀장 “예래 휴양단지는 제주도의 개발 가능지 중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바닷가에서 가장 근접한 땅”이라며 “망설이고 있거나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토지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함께 둘러본 양영철 제이디씨 이사장은 “인허가권자인 제주특별자치도와 긴밀하게 협력해 공공이익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두 사업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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