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흥 전통시장에는 특별함이 있다

경기=김동우 기자 2024. 6. 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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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줄서는 '삼미시장'-외국인에 핫한 '정왕시장' 등 값싼 제품에 즐길거리도 풍성
15일 시흥 삼미시장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 사진=김동우 기자
최근 들어 대형 백화점과 온라인 유통 업체 중심의 쇼핑 트렌드 속에서도 전통시장들이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전통시장들이 '장을 보는 곳'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에 주안점을 두고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시장이 단순히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라 '놀러오는 곳'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들도 있다.

경기도 서남부에 위치한 시흥시 전통시장들은 이 두 가지 재미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어르신들은 어르신들 대로, 젊은이들은 젊은이들 대로 제각기 시장의 멋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이에 <머니S>는 주말을 맞아 '없는 게 없는' 시흥시 대표 전통시장 '삼미시장'에서 부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정왕시장', 역사의 오일장 '도일시장', 오랜 시간 오이도의 역사를 지켜 온 '오이도 전통수산시장' 을 둘러봤다.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 '삼미시장'은 생활용품부터 먹거리, 심지어 분위기까지 '전통시장' 하면 떠오르는 모습 그대로다. 변치않는 모습에 단골도 많아 질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려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는 모습이지만 이곳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20대 딸과 함께 삼미시장을 방문한 주부 강소영씨(여·52세)는 "일주일에 두, 세 번 시장에 나와 식료품을 구매한다"며 "전통시장은 그 어디보다도 물건이 싸고 상인들도 아는 사람들이어서 물건을 믿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천동에 위치한 시흥 대표 전통시장인 삼미시장은 6,920㎡ 규모에 150여 개의 점포가 조성돼 있다. 농산물부터 수산물, 청과물, 정육점, 떡, 공산품, 의류까지 취급 품목도 다양하다.

하루 평균 8,000명 월평균 24만명이 방문한다. 1987년 개설된 이후 수 차례 현대화 작업을 거쳐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해 오며 방문객들의 편의에 신경을 쓴 결과다.

먹자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신재주씨(남·75세)는 "시장 내에 포차거리 등 먹자골목 조성이 사람들이 몰리는 한 이유"라며 "야시장 느낌의 다양한 먹거리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삼미시장 맛집'이 주요 검색 키워드가 됐다"고 웃었다.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한 것도 쇼핑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연 삼미복합센터는 상인과 고객, 지역주민을 위한 소통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시설은 물론이고 쉼터와 수유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상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휴게실이 조성돼 있다.

그동안 삼미시장의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꼽혔던 주차난이 해소된 점도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센터의 2층부터 옥상까지 100면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방문객들의 편의성이 높아졌다.

정왕시장 옥상 라온마루는 시민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 사진제공=김동우 기자

이어 방문한 '정왕시장'은 삼미시장과는 자못 분위기가 달랐다. 시흥 남부 정왕본동에 위치한 정왕시장은 점포수 74개로 삼미시장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 또다른 매력이 있다.

정왕어린이도서관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고 정왕역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곳에서 50년째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신선하고 저렴한 야채, 과일, 해산물뿐 아니라 1인 가구를 위한 즉석반찬, 떡, 주전부리까지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며 "특히 다문화 가정이 모여있는 곳이라 지역적 특성이 묻어나는 시장 구성이 특징이어서 늘 활기가 차다"고 말했다.

정왕역 전급성 때문에 정왕시장은 '전통시장 답지 않게' 젊은 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다. <머니S> 취재진이 시장을 찾은 15일도 방송과 유튜브, 그리고 유명인들의 SNS를 통해 '가 볼 만한 곳'으로 추천되는 곳인 만큼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중국 간식부터 이색적인 해외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훠궈와 쌀국수 등 이미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된 동남아 음식들을 현지 맛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관광객 와이티씨(여·23살)는 "한국으로 여행 오기전에 SNS를 통해 정왕시장을 알게 됐다"며 "직접 와보니 거리도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다"고 말했다.

시장 내에서 음식과 간식을 구입했다면 외부로 나갈 필요 없이 시장 옥상에 있는 루프탑 라운지 '라온마루'에서 경치를 즐기며 먹을 수 있다. 좋은 날씨, 정왕동의 고즈넉한 경치와 함께 즐기는 여유도 정왕시장의 매력이다.

주민 사랑방 같은 도일시장 점포 앞에서 방문객들이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 사진=김동우 기자
오일장인 '도일시장'은 무려 7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시흥시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자 유일한 5일장이다. 매월 3일과 8일 총 여섯 번 열리는 오일장날에 들르면 더 풍성하고 푸근한 추억의 장터를 만날 수 있다.

도일시장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군자동과 거모동 일대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인근 해안가에서 잡은 물고기, 조개 등을 거래하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 시장 초입에는 'SINCE 1953'이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이 우뚝 서 있다.

도일시장은 물건 뿐 아니라 정취와 추억, 그리고 문화를 판다. 식빵에 찍어먹는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유명한 '깨볶는부부 방앗간' 앞에서는 더위를 피해 나온 주민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특히 시흥시가 지난 2013년 조성한 주민들의 쉼터 '도일시장 아지타트'는 마을의 문화예술 허브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오이도 대표적인 수산물 판매장으로 사랑을 받아온 '오이도 수산물 직판장'은 지난 2019년 오이도 전통수산시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시흥시는 전통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상인에게 힘이 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각 시장별 고유의 특징은 살리고 시설 현대화를 통해 시장을 찾는 시민의 편의는 높이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이다. 삼미시장의 아케이드나 오이도전통수산시장의 시설 현대화 모두 시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다.

시흥시 지역화폐 시루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 단골 손님이라는 김영환씨(남·56세)는 "백반이 6,000원으로 정말 저렴한데 10년 동안 자주 먹으러 오다 보니 단골손님이 됐다"며 "여기 전통시장에서는 카드형 지역화폐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방식으로 간편하게 사용이 가능한 모바일 시루를 도입해 너무 펀리하다"고 말했다.

삼미시장, 정왕시장, 도일시장, 오이도전통수산시장 등 시흥시의 전통시장들은 품질과 가격은 물론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가고싶은 전통시장'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경기=김동우 기자 bosun199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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