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상고 결심 이유 "재산분할 오류, 가짜뉴스 바로잡겠다"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 직접 참석해 상고 이유 설명
[더팩트ㅣ종로구=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상고 의사를 직접 밝혔다. 1조3808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금이 책정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것으로, '주식 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돼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항소심 판결 내용의 오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참석했다. 당초 해당 설명회 참석이 예정돼 있지 않았으나, 상고 결정과 관련해 직접 소명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취재진 앞에 섰다.
먼저 최태원 회장은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어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재산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돼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또 SK그룹의 역사를 부정하는 판결로 인해 SK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 "2심 판결서 주식 가치 산정 중대 오류 발견"
최태원 회장이 언급한 '명백한 오류'는 판결의 주 쟁점이었던 '주식 가치 산정' 부분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최태원 회장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맡았다. 그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산정에 있어 2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된 점이 오류의 핵심이다. 이동근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1994년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자본잠식 상태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2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태원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 등으로 각각 계산했다.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2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100원 해석은 오류"라고 설명했다.
◆ "정정 후 재산 분할 비율 등 결론 다시 도출해야"
이날 이동근 변호사는 이러한 재판부의 오류를 바로잡을 경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재산분할금 책정의 기초가 된 '기여' 결과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앞서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태원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12.5배로 계산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0배 늘어 125배, 355배로 계산한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은 10분의 1 수준인 35.5배로 줄어들게 된다.
이동근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100배 왜곡'이 발생한 점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항소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가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며 최태원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분할 비율을 65대 35로 정함으로써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판시했다"며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태원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 최태원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하며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했는데,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기 환송 가능성에 대해선 "숫자에 결함이 있는 만큼, (대법원이)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분할 비율이 달라지기에 충분히 파기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비자금 조사 때도 없었던 300억, 규명 필요"
최태원 회장이 상고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주식 가치 산정'에 치명적 오류가 발견돼서만은 아니다. 노소영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제공한 유·무형적 혜택이 있었다고 본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역시 인정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가 언급한 유·무형의 혜택은 입증되지 않은 노소영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날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은 "이혼 소송은 개인의 사생활이지만, SK의 역사를 부정한 재판부 판결로 인해 고객, 투자자에게 그룹 차원의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추후 규명이 필요한 사안으로 △비자금 300억원 △약속어음 등을 제시했다.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최종현 선대회장으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는 노소영 관장 측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했지만, 실상은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형희 위원장은 "SK그룹은 300억원의 비자금을 받지 않았다. 1995년 비자금 조사 때도 300억원은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단정하는 건 옳지 않다"며 "어음 부분도 받았다는 것인지, 이후 어디로 갔다는 것인지 (재판부가 인정하려면) 후속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6공 특혜설은 가짜뉴스…오히려 부담됐다"
또한, 이형희 위원장은 그간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해 버린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혜' 부분도 명확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이동통신사업 진출'에 대해 "SK는 노태우 정부 당시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따고도 강압에 의해 사업권을 반납해야만 했다.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YS(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이뤄졌다"며 "6공(노태우 정부)의 영향력이 그 뒤 정부에도 이어져 혜택이 계속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개 입찰을 거쳐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당시인 1994년은 6공에 대한 비리 청산 이슈가 사회적으로 뜨거울 때로, 구조적으로 과연 특혜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날 이형희 위원장은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6공 당시인 1987년부터 1992년까지의 10대 그룹 매출 성장 순위표를 제시했다. 해당 표를 살펴보면, 이 기간에 당시 서열 5위였던 SK그룹의 매출 증가율은 9위에 그친다.
이형희 위원장은 "6공과의 관계가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2심 재판부가 언급한 '6공의 후광' 등이 존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로, 추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상고심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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