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호원이네 가족 “3년째 플로깅하며 동물들 살리고 세상과 만나요”

김형수 기자 2024. 6. 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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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정왕3동의 한 아파트,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아빠 손을 꼭 잡고 산책을 나서는 호원이(12)의 한 손에는 기다란 집게가 쥐어져 있다.

정씨는 "호원이가 플로깅을 통해 자연을 배우고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경험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한다"며 "아이가 스스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호원이가 가족과 함께하는 플로깅을 오래도록 즐겼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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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이와 아빠 정치상씨가 플로킹을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시흥시 제공

 

시흥시 정왕3동의 한 아파트,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아빠 손을 꼭 잡고 산책을 나서는 호원이(12)의 한 손에는 기다란 집게가 쥐어져 있다.

호원이와 함께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산책 채비에 나선 아빠 정치상씨(51)는 호원이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내디딘다.

호원이네 가족의 주말 풍경은 3년째 한결같다. 코로나19로 옴짝달싹 못 했던 2021년부터 주말마다 이어오고 있는 활동은 다름 아닌 생활 속 친환경 운동인 ‘플로깅(plogging)’. 운동 겸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을 시흥지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3년 전,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홉 살 아들 호원이가 세상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아빠 정씨는 플로깅을 함께해 보기로 결심했다.

정씨는 “호원이가 많은 이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답하고 싶었다. 플로깅이야말로 호원이와 가장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자, 사회와 소통하고 사회에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최상의 활동이다”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19로 특별한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았기에 건강도 챙길 수 있는 플로깅으로 호원이에게 자연스러운 신체활동을 유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당시 호원이네 가족은 시흥시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한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거북이 구출 대작전’이라고 명칭을 정한 뒤,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호원이를 설득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봉사라도 호원이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기에 정씨는 “거북이나 새처럼 동물들이 더는 쓰레기 때문에 죽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함께 쓰레기를 치워보자”고 제안했다.

동물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호원이는 순수하게 동의했고, 이날부터 아빠와 때론 엄마와 함께 호원이의 플로깅이 시작됐다.

쉬는 주말이면 항상 2~3시간가량의 플로깅을 함께하며 커다란 봉투 하나를 꽉꽉 채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호원이는 “아빠 오늘은 우리가 새를 몇 마리 구한 거예요?”라며 뿌듯해했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할 선명한 이유를 찾은 호원이는 아빠, 엄마와의 활동이 당연한 주말 일과가 됐다.

호원이네의 플로깅은 동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좁게는 정왕동에서, 넓게는 시흥 명소 곳곳을 돌며 도심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 호원이도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이 일익을 담당했다는 데 성취감을 느낀다.

물론, 쓰레기를 줍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오며 가며 이웃들과 인사하고, 동네를 살피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서로 대화하고 함께 노니는 순간까지 모두 가족에겐 귀하디귀한 시간이다.

사람들이 보통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하며 다시 일어날 힘을 충전하듯이, 이들 부자는 플로깅을 통해 내일을 살아갈 더 큰 힘을 얻는다. 환경을 살리는 작은 발걸음은 호원이네 가족의 심신을 더욱 건강하게 해주는 큰 걸음이 되고 있다.

다만, 정씨는 플로깅 외에 호원이와 함께 다른 다양한 봉사활동 현장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혹시라도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까 봐 아직은 기회를 살피는 중이다.

아들과 함께하는 활동 외에도 정씨는 호원이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 꼬박꼬박 헌혈에 동참해 어느덧 70회를 넘겼다.

이외에도 회사에서 진행하는 반찬 나눔 및 장애아동 기관 방문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며 안팎으로 선행의 끈을 촘촘히 엮어가고 있다.

정씨는 “호원이가 플로깅을 통해 자연을 배우고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경험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한다”며 “아이가 스스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호원이가 가족과 함께하는 플로깅을 오래도록 즐겼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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