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 오버행 우려에…김명진 대표 "산업 성장성 봐달라"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증권신고서 여섯 번 정정
"올해 매출 400억원·영업이익 흑자 전환 자신"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 전체의 52.6%
"제가 창업자였다면 지분 이렇게 관리 안합니다.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이슈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순 있지만,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성, 회사의 실적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버행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과거 대표와 임원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며 지분이 소액 주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노그리드의 전체 상장 예정 주식 중 상장 첫날 유통될 수 있는 주식 비중은 52.6%로 절반 이상이다. 이노그리드는 2006년 설립됐으며 김 대표는 2019년 회사에 합류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수요예측 전망과 상장 완주 여부를 묻는 말에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수요예측이 흥행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이노그리드는 다양한 산업에 클라우드 구축·전환·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PO에 도전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려다 고배를 마셨다. 분산 컴퓨팅 등 클라우드 기반 기술로 기술평가 A등급을 획득했지만, 상장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바이오 기업을 제외하고 기술력을 앞세워 특례 제도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 첫 번째 기업이었다.
이번에도 IPO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이노그리드는 당초 거래소 상장위원회로부터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다만 시장위원회 재심에서 결과를 뒤집고 승인을 받아 1월 심사에 통과했다. 일반적으로 6개월이 걸리는 거래소 심사를 11개월 걸려 통과했다.
심사 통과 후 이노그리드는 3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로 상장 일정이 뒤로 밀렸다. 지난달 27일 6번째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파두 사태' 이후 상장 심사가 깐깐해졌지만, 올해 들어 여섯 차례나 증권신고서를 고친 기업은 이노그리드뿐이다. 통상 증권신고서 정정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 악재로 여겨진다.
회사는 성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매출액이 연평균 47% 늘었다는 입장이다. 작년 매출액은 329억원으로 2022년 대비 132.4% 증가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익 목표치는 각각 400억원, 25억원이다. 2026년엔 매출액 670억원, 영업이익률 31.5%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는 디지털 전환(DX)에 꼭 필요하다"며 "이노그리드는 350개 고객사를 확보하며 레퍼런스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클라우드 정보기술(IT) 인프라 시장 규모는 3조22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대비 19.2%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은 부진하다. 1분기 매출은 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영업손실은 22억원, 당기순손실은 20억원으로 집계됐다. 재무구조도 우려된다. 1분기 말 기준 이노그리드는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까 마이너스인 상태)에 빠졌다.
1분기 실적에 대해 김 대표는 "2022년 말 수주했던 사업의 성과가 작년 실적에 반영되며 올해 매출이 많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며 "매출의 60~70%는 하반기에 발생하고 있어 올해 매출 400억원 달성은 문제없다"고 했다. 2월 말 기준 이노그리드의 수주잔고는 186억원이다.
증권신고서를 고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 가능성도 추가됐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과거 1대 주주였던 법인의 최대주주와 유·무상증자, 주주간 주식매매 거래 등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아직 정식으로 소가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차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노그리드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자진해서 법적 분쟁 가능성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노그리드는 총 6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2만9000~3만5000원이다. 예상시가총액은 1318억원~1591억원이다. 공모가 하단 기준 공모 예정 금액은 174억원이다. 회사는 공모금을 개발인력 확보, 마이크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증권신고서는 여러 차례 고쳤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며 "공모가가 높지 않아 충분히 투자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통 가능 물량이 많은 점은 부담이다. 이노그리드의 전체 상장 예정 주식(454만4794주) 중 상장 첫날 유통될 수 있는 주식 비중은 52.6%(239만683주)다. 일반적인 IPO 기업의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의 20~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많다.
회사는 19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오는 24일과 25일 양일간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이노그리드는 거래소 심사승인 효력기한인 7월 30일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달 초 상장 예정이며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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