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죽인 지하철의 민낯"...연신내역 감전 사망 노동자 동료들, 서울시 규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7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앞 검은색 단상 위에 푸른 정비 조끼와 투박한 신발, 흰색 안전모가 국화 꽃에 둘러싸여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공사 측은 노조가 요구한 재발 방지 대책에 미온적으로 일관 중"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조문이나 사과가 없었다"고 항의했다.
이날 시청 정문 앞으로 모여든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단상에 국화꽃을 놓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첫 지하철 노동자 사망
17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앞 검은색 단상 위에 푸른 정비 조끼와 투박한 신발, 흰색 안전모가 국화 꽃에 둘러싸여 있다. 안전모에 걸쳐진 검은색 띠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지난주 이 작업복의 주인 A(53)씨는 지하철의 한 역사에서 전기실 정비 작업을 하다 감전돼 목숨을 잃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으로 일한 지 30년이나 된 베테랑이었다. 고인의 동료들은 "최소한의 작업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공사 측은 노조가 요구한 재발 방지 대책에 미온적으로 일관 중"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조문이나 사과가 없었다"고 항의했다. 노조의 1차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스티커를 붙여 케이블을 구분하는 색상 표시 작업을 하던 중 전기가 공급된 다른 케이블 단자에 닿아 감전됐다.
노조 측은 이번 사고를 '산업재해'로 규정했다. '2인 1조'로 안전 상태를 서로 확인하며 함께 근무하는 게 원칙이나 작업량 과다로 A씨가 홀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인임 서울교통공사 안전보건경영위원회 전문위원은 "전기 차단 작업, 작업 감시자, 적절한 보호구, 전기 위험성 평가 등 수많은 안전 규제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것이 베테랑 작업자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중대재해처벌법상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대한 조치 의무에 소홀했다"며 "8년 전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19세 남성이 사망한 서울 구의역 참사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생한 첫 번째 인명 사고로 알려졌다.
이날 시청 정문 앞으로 모여든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단상에 국화꽃을 놓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A씨와 함께 일한 장명곤씨는 "늦둥이 막내딸 생각에 정년을 넘겨 몇 년 더 일할 자신이 있다며 웃던 가장이자, 평생 직장 지하철에 자부심을 가졌던 노동자"라고 고인을 회상하며, "동료를 떳떳하게 기릴 수 있도록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울먹였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신 못 차린 밀양 성폭행 가해자…"이왕이면 잘 나온 사진으로" | 한국일보
- 반려동물 11마리인데.. 순방 도중 '동물 선물' 받은 대통령 부부 | 한국일보
- 이승기 측, 장인 '주가조작' 무죄 파기에 "결혼 전 일...가족 건드리지 말길" | 한국일보
- '사문서 위조' 부친 채무?... 박세리, 37억 원짜리 집 경매 넘어갔다 | 한국일보
- 이재명 "검찰이 나를 손보려 했던 것"...위증교사 기소 근거 녹취 공개 | 한국일보
- "성매매 업소 갔지?" 있지도 않은 동영상 유포 협박… 9억 뜯어낸 일당 | 한국일보
- '휴진 불참' 신경과 교수 "10년 후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 죽어도 되나" | 한국일보
- 덴마크 '불닭볶음면' 폐기 이유, 매워서 아니고 위험해서? | 한국일보
- [단독] “서울대 붙여줄게”… 큰소리친 음대교수 ‘시간당 20만원’ 현찰만 받았다 | 한국일보
- [단독] '5년 만에 원전 2배' 널 뛴 에너지 대계...정치에 감전된 전력 계획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