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한동훈, 결단의 순간…발목 잡는 3가지 딜레마
대권 도전시 내년 9월 조기사퇴해야…총선패배 책임론 극복도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 선거 출마 결심을 굳히고 이번주 중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우세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총선 패배 책임론·대권 도전 시 1년 만에 당대표를 내려놔야 한다는 점 등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선호를 물은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29%, 한 전 위원장은 27%로 나타났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한 전 위원장을 당대표로 지지한다는 응답이 59%로 압도적이었다.
당원들과 대중 모두에게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당원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로 진행된다.
◇숙일 거냐, 차별화할 거냐…'윤·한 관계 설정' 과제
여권은 이미 한 전 위원장의 당선 여부보다 당대표가 된 이후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은 총선 국면에서 두차례 부딪히면서 '윤·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갈등 봉합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올해 초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및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을 두고 벌어진 1차전에선 한 전 위원장이 결국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고개를 숙이면서 사태가 종료됐다. 이후 총선 20여일 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에선 한 전 위원장의 요구를 대통령실이 수용하긴 했지만, 이미 여론이 악화한 이후였다.
당대표가 된 후 윤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든 한 전 위원장으로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힌 '수직적 당정관계'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당내 세력이 약한 한 전 위원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그의 팬덤도 윤·한 갈등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에 뒤돌아선 분위기다.
반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한 노선을 택하면 친윤계(친윤석열계)의 비판을 맞닥뜨려야 한다. 국민의힘 내에선 야당이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탄핵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친윤 당대표가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단 목소리도 상당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에 "한 전 위원장은 결국 윤 대통령에 맞서지 못하지 않았냐"며 "당대표가 돼서도 임기 내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애매하게 끌고 가는 줄타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조기사퇴 불가피…'대권 위해 당권 이용' 비판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전대에서 당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선 내년 9월이면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점도 추후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71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 당선되는 당대표가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내년 9월까진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뜻이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개정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지만, 최근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권 잠룡인 한 전 위원장이 이 규정에 따라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2년의 당대표직을 다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내려놓는다면 또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를 초래했단 비판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출마를 위해서 당대표직을 이용했단 지적이 불가피하다.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도 '1년짜리 당대표'는 실익이 크지 않다. 이번 당대표가 쥐게 될 가장 큰 권한 중 하나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인데, 내년 9월 조기 사퇴할 경우 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천권 없는 당대표직을 맡으며 대선 도전 전에 이미지만 소비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친윤계 중심으로 '총선 패배 책임론' 여전
4·10 총선을 이끌었던 장본인으로서 총선 참패 책임론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이다.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구호로 내세우면서 총선에서 패배했단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의 출마가 가시화되자, 친윤계는 한 전 위원장이 화두를 띄운 '이·조 심판', '지구당 부활', 출판기념회 금지, 세비 삭감 등 '정치 개혁' 의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내세운 의제들이 민생과 거리가 멀단 주장이다.
친윤 5선 김기현 전 대표는 지난 13일 "이미 지난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으로 패배했음에도 또다시 '이조 심판'이라는 논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친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14일 "지구당 부활은 민생과 무관한 여의도 정치"라고 비판했다.
친윤 최고위원이 이번 전대에서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이같은 주장으로 '한동훈 흔들기'를 이어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친윤계에선 한 전 위원장의 당선을 막을 순 없어도 임기 동안 꾸준히 견제하면서 다음 기회를 엿보겠단 기류가 읽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어대한'이란 말이 너무 우세하고 한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만 하면 사실상 당대표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친윤계 등에서 대항마가 없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는 별 무리없이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는 결말로 끝나겠지만, 당대표가 된 이후 과제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대권 주자로서의 한 전 위원장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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