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서울대병원에 이어 의협도 전면 휴진 예고… 처벌 가능성은?

이선목 기자 2024. 6. 17. 14: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진료거부’에 징역 1년·벌금 1000만원
의협,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 전례 있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529명(전체 54.7%)이 이날부터 전면 휴진에 참여한다고 17일 밝혔다. 오는 1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고 개원의·봉직의·의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전면 휴진도 예고돼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서울대 병원의 전면 휴진은 의료법 위반으로, 의협 주도 전면 휴진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각각 처벌될 수 있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휴진 관련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교수, 전공의,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의료법, ‘진료거부’에 징역 1년·벌금 1000만원 처벌

복지부는 지난 10일 의료법 제59조 1항에 따라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명령을 의료기관에 발령한 상태다. 정부는 의료계 총파업 당일인 18일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현장 확인 후 전체 의료기관에 의료법 제59조 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도 발령할 예정이다. 의료법 제59조 1항을 위반하면 업무정지 15일, 1년 이내의 의사면허 자격 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2항 위반 시에는 같은 행정처분에 더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부 명령과 별개로 서울대 병원의 전면 휴진은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의료법 15조 1항은 ‘의료인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진료거부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의료법 89조에 규정돼 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지난 13일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며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주도 전면 휴진, 처벌 여부 엇갈려

의협이 주도하는 전면 휴진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 51조 3항은 ‘사업자 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인 개원의가 속한 ‘사업자 단체’인 의협이 전면 휴진을 주도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파업 참여에 대한 ‘강제성 여부’가 위법 여부를 가르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공정위는 의협이 공정거래법상 금지 행위인 담합(집단 휴진)을 강요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지 행위를 할 경우 사업자 단체는 10억원 이내의 과징금을 물게 되고, 의협 회장 등 관련자들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을 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 행위로 보고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과거 판례도 강제성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료계가 집단 파업에 돌입했을 때, 대법원은 의사의 집단 휴진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시 의협 회장이었던 김재정 전 회장은 200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고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당시 대법원은 “의협이 의사대회 당일 휴업·휴진, 참석 서명, 불참자 불참사유서 징수를 결의하고 그 내용을 문서, 인터넷 홈페이지, 신문광고 등을 통해 의사들에게 통보해 대회 당일 휴업·휴진을 하도록 한 행위는 단체적 구속”이라며 “휴업·휴진에 반대하는 의사들에게 자기 의사에 반해 휴업·휴진하도록 사실상 강요하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4년 의료민영화 정책에 따른 집단 휴진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달랐다. 당시 공정위는 파업 참여에 대한 강제성을 문제 삼아 의협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의협은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2021년 대법원은 의협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휴업 참여 여부는 소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며 “하루 휴업을 실행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회원들에게 통지한 행위는 구성사업자의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노환규 당시 의협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노 전 회장 역시 같은 논리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의협은 이번 집단 휴진이 사전 찬반투표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의협이 이번 휴진을 강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협은 지난 15일 “네이버플레이스로 18일 병·의원 휴무 설정을 하고, 지원 차량을 타고 (총파업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를 회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의료법 전문인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강제성 여부는 실질적(물리적) 강제성과 심리적 강제성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데, 당사자가 ‘강제적’, ‘위협적’이라고 느낀 경우라면 심리적 강제성이 적용될 수 있다”며 “의협이 회원들에게 (총파업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문자를 보낸 것은 이에 해당할 수 있고, 실제로 일부 의료인들이 이에 대한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