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당 지지율 10%대로 첫 추락…꿈틀거리는 ‘포스트 기시다’

김소연 기자 2024. 6.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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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13~15일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총리 관저 누리집

집권 여당인 일본 자민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도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구심력이 떨어진 자민당 내에선 ‘포스트 기시다’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5~16일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12명)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하락한 19%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컴퓨터로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하는 알디디(RDD) 조사 방식이 시작된 2001년 4월 이후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진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아소 다로 내각 말기인 2009년 때 20%가 최저 지지율이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도 전달보다 2%p 떨어진 22%로 출범 뒤 최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기시다 총리는 13~15일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큰 외교 행사가 있었는데도 지지율은 전혀 반등하지 않았다. 2차 아베 신조 정권과 스가 요시히데 내각 말기에도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자민당 지지율이 20%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하락하는 형국이다.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조성’ 문제와 관련해 ‘자민당이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4%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아직 야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낮긴 하지만, ‘지금 중의원 선거를 한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19%로, 자민당(24%)을 바짝 뒤쫓고 있다.

자민당에선 기시다 총리의 재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요코하마·아오모리 등 당 지역본부에서 ‘기시다 사퇴’ 요구가 나온 데 이어, 내각을 뒷받침 하는 아소 자민당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에서도 비판이 있었다. 사이토 히로아키 자민당 중의원은 16일 기시다 총리를 겨냥해 “최종적으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끌어내릴 필요는 없다. 다음 총재 선거에서 진정으로 자민당을 개혁할 수 있는 후보를 응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기시다 내각을 이끄는 ‘삼두 정치’의 한 축인 아소 부총재가 최근 ‘정치 자금 규정법 개정안’을 두고, 기시다 총리와 갈등이 생기면서 ‘기시다 재선’이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원과 의원 표를 합산해 치르는데, 당락을 좌우하는 의원 표 향방을 자민당 실력자인 아소 부총재가 적잖이 좌우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재선을 위해서는 아소 부총재의 협조가 필요하다. 관계 개선을 서두를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기시다 총리를 대신할 명확한 대항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종료를 앞두고 ‘포스트 기시다’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총리 출마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자민당 ‘넘버2’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14일 밤 아소 부총재와 3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모테기 간사장은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 소속 의원들과도 만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총리 출마 의향을 보인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도 당내 ‘비주류’에서 영향력이 강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만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도 당내에서 정기적으로 공부 모임을 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이번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총리’와 관련해 이시바 전 간사장은 22%로 1위를 차지했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16%), 고노 다로 디지털상(8%) 등이 뒤를 따랐다. 여성 정치인 중에서는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출마 의지를 갖고 있고,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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