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 차' 여진구, 30대를 기다렸다…"군대 가야죠" [MD인터뷰②]

김지우 기자 2024. 6. 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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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 (주)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성실하다는 건 나쁜 짓 안 하고 내 삶을 지키겠다는 뜻이에요."

마이데일리는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하이재킹'에 출연한 여진구를 만났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작품이다. 여진구는 여객기 납치범 용대 역을 맡아 생애 첫 악역 변신에 나선다.

이날 여진구는 "작품을 하면서 얼굴이 날카롭고 사납게 보였으면 했다. 살을 좀 빼고 촬영했다. 살을 하도 많이 빼다 보니 저울이 싫어졌다. 거울이나 카메라 화면을 보고 정하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워낙 다이어트를 많이 했다. 늘 체격이 컸다. 맡는 역할에 따라 조금 빼거나, 많이 빼거나 했다"며 "외적으로는 분장팀과 여러 시도를 하고 톤을 잡았다. 주근깨, 흉터, 머리 등 외적으로 신경 썼다. 70년대 용대의 삶이 많이 가난하고 힘든 형편이다. 거칠게 한번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 도전한 악역에 몰입해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묻자 "역할과 제 삶을 분리시키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많이 했다. 성공적으로 적응을 했다"며 "'화이' 때부터 김윤석 선배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캐릭터와 나를 동기화하기보다 좀 떨어트려 놔야 몰입이 되는 편이다. 떨어져서 지켜보고, 멀리서 친구 한 명을 바라보듯 해야 좀 더 명확하게 인물을 파악할 수 있다. 덕분에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도 현장에서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아역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맞은 여진구는 "시간이 참 빠르다"면서도 "실질적으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14살이다. 그래서 완전한 20년 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는 삶이 주어진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하이재킹' 하면서 확실히 느낀 건 '행복해야 하는 구나, 즐거워야 하는 구나'다. 결과는 내 손에 달린 게 아닌 대중, 관객분들이 인정하고 선택하는 거다. 이 부분에 신경 쓰다 보니 불행해지더라. 즐길 수 없고 고민하게 되고, 스트레스와 싸움했다. 그게 아니라 지금 무얼, 어떻게 만들고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시간을 채우고 있는지 생각하니 너무 행복해 지더라. 훌륭한 배우가 되기보다 현장에서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나와 함께하는 모든 배우들은 너무 훌륭하다. 그럼 그들과 함께하는 나는 뭔가. 나만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자학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속 깊은 얘기를 들려줬다.

30대를 앞두고 있기도 한 그는 '군대라는 풀리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다'는 질문에 "군대는 풀려 있는 숙제다. 가야 한다. 그전까지는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하고 팬들도 만나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부대도 있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무 살 때부터 30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많이 가두고 괴롭히던 때다. 연기에 대해서도 답답함이 많았다. 어릴 땐 마냥 현장이 재밌고 흥미로운 놀이 같았다. 한해 한해 지나다 보니 연기가 어렵고 무겁더라. 예전과 다르게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생겼다. 현장에 가는 게 숙제가 엄청 쌓인 공간에 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되게 힘들었다"며 "내가 30세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면 나만의 방식과 탈출구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30대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는 돌아보면 기대보다 엄청난 경험이 쌓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기도 하고 30대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버티고 버티면 요령이 생기겠지' 했는데 스스로 연기 스타일과 방식이 확립됐다. 더불어 미래에 꿈꾸는 현장의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일 줄은 생각 못 했다. 지금 너무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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