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인도 혹시 상폐될라"…거래소 '대규모 재심사'에 투자자 좌불안석
보안 사고·유통량 문제 등 기준에 포함…거래소 '재량' 기준도 많아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오는 7월 19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기존 거래소에 상장돼 있던 가상자산들도 심사를 다시 받게 된다. 거래소들은 재심사 이후에도 3개월에 한 번씩 심사를 실시, 상장된 가상자산 중 '부실 코인'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법 시행 이후 '대규모 상장 폐지'가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상폐 예상 코인' 목록까지 공유되는 상황이다.
단, 상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코인들이 모두 상폐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사를 실시하는데, 당국의 가이드라인 중 상당 부분은 거래소의 재량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또 법 시행 이후 대규모 재심사까지는 6개월 간의 유예 기간도 있다. 유예 기간 동안 상황이 변화할 수 있으므로 상폐 대상이 될 코인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국, 가상자산 상장 모범사례안 배포…어떤 코인 상폐되나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지원(상장) 모범 사례안'을 추후 확정해 다음달 이용자보호법 시행 전 거래소에 배포하고, 적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른바 '상장 가이드라인'이다.
당국은 올해 1분기부터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 닥사) 소속 거래소들과 가상자산 상장 기준에 대해 논의해왔으며 이후 해당 기준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 이후 대규모 재심사가 이뤄지기까지는 6개월 간의 유예 기간이 있다. 거래소들은 법 시행 이후 6개월 간 기존에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들의 거래 지원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이후에는 3개월마다 유지 심사를 실시한다. '부실 코인'을 지속적으로 걸러내기 위함이다.
심사 기준에는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장치, 기술·보안, 법규 준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킹 등 보안 사고와 관련한 기준이 담겼다. 그간 가상자산 발행 재단의 지갑이 해킹을 당해 자산이 탈취되는 사고가 여러 건 발생한 만큼, 당국은 재단이 사고 원인과 향후 대비책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거래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
발행량 및 유통량에 관한 기준도 포함됐다. 재단이 공개한 발행량 및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이 다른 경우 등도 상폐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존에 거래소들이 마련해둔 상폐 사유이기도 하다.
또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코드(스마트콘트랙트)와 관련한 내용도 담겼다. 코드 리뷰 결과 가상자산 발행, 소각과 관련한 리스크가 발견될 경우 상폐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심사 기준에는 △발행·운영·개발 관련 주체의 역량과 사회적 신용 △가상자산 관련 중요사항 공시 여부 △가상자산 보유자의 의사결정 참여 가능성 △가상자산 운영의 투명성 △시가총액과 가상자산 분배의 적절성 △가상자산 보유자와 이해 상충 가능성 등도 포함됐다.
◇거래소에 재량 부여…'상폐 코인' 섣불리 판단하긴 일러
이처럼 거래소가 대규모 재심사를 실시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심사 이후 여러 가상자산이 한 번에 상폐되는 이른바 '코인 정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2021년 업비트의 '코인 정리'에 준하는 대규모 상폐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비트는 지난 2021년 6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영업신고를 앞두고 무려 25개 코인을 한 번에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중 한 개를 제외한 24개 코인을 상장 폐지했다.
이 때문에 각종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선 '상폐 예상 코인' 목록까지 공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들은 상폐 가능성이 있는 코인을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법 시행 이후 대규모 심사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을뿐더러, 당국이 제공한 심사 기준에도 거래소의 재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상자산 발행 주체의 사회적 신용' 같은 기준은 판단 시 거래소에 어느 정도 재량이 부여되는 기준이다. 거래소마다 심사 결과도 다를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당국의 기준을 보면 어느 정도 거래소에 재량을 열어뒀거나, 대략적으로 제시한 기준이 많다"며 "향후 대규모 상폐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심사까지 유예기간도 있는 만큼 기준만 보고 어떤 코인이 상폐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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