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 사과' 최태원 "재산분할 오류 발견"…6공 후광설엔 '가짜뉴스'(종합)
최태원 회장, 직접 회견장 등장…"적대적 M&A 시도 생겨도 막을 역량 있어"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액에 근거가 됐던 '주식가치 산정'과 관련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법원 상고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17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가치 산정 과정에서 두 차례의 액면분할을 고려하지 않아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를 10배 높게 측정했고, 이에 따라 분할 재산액도 잘못 계산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의 존재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항소심 재판부, 주식가치 산정서 100배 오류…파기해야"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설명회를 갖고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에 대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이 항소심 판결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 구체적인 오류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항소심 판결의 핵심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이 잘못돼 노소영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골자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 분할 비율을 65대 35로 정했다.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를 통해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인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은 355배로 판단했다.
최 회장의 기여분이 커지면서 이혼소송에서 분할할 재산(부부공동재산) 크기가 커졌고, 노 관장은 그중 35%의 기여분이 인정돼 위자료 20억 원과 함께 1조 3808억 원의 재산 분할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다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는다"고 반박했다. 실제 고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이른바 '100배의 오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부부의 공동 재산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분할 재산도 훨씬 줄어든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주식가치 산정은 판결의 뼈대가 되는 중대한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 심리를 통해 파기환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00억 비자금 근거 없고 특혜설도 사실 아냐…바로잡을 것"
SK그룹은 또 다른 쟁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과 '6공화국 후광설'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300억 약속어음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정체불명의 메모'에 불과하고, SK그룹은 정작 6공화국 시기에 다른 기업보다 매출 성장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은 "300억 원의 노태우 정부 비자금이 SK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비자금이) 왔다는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도 없이 팩트(사실)로 치부되고 있다"며 "1995년 비자금 조사 때도 300억 원은 전혀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SK그룹이 6공화국의 후광으로 성장했다는 판결에 대해서는 "6공화국 시기 SK그룹은 10대 그룹 중 (매출 성장률이) 1.8배로 가장 낮았다"며 "당시 SK는 재계 5위 그룹이었는데 성장률은 10곳 중 9위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K그룹이 6공화국의 비호로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던 시절은 김영삼(YS) 정부 때로 5공·6공화국을 청산하던 시절이었다"며 "SK는 6공화국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절대로 아니다.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최태원 회장도 이날 예정에 없이 설명회에 깜짝 방문해 상고심에서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상고 이유에 대해 "첫째로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또 다른 커다란 이유는 SK의 성장이 불법적이 비자금과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번 재산 분할로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져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막을 역량이 존재한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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