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다가올 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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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선생이 '경경위사(經經緯史)'라는 글씨를 남겼다.
가헌 최완수 선생이 계시던 간송미술관에도 경봉 스님이 쓴 같은 글씨가 걸려 있었다.
일본의 위대한 중문학자였던 요시카와 고지로 선생은 <독서의 학> 에서 "고금의 문장에서 이처럼 비통한 글을 나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독서의>
고지로 선생의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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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선생이 '경경위사(經經緯史)'라는 글씨를 남겼다. 가헌 최완수 선생이 계시던 간송미술관에도 경봉 스님이 쓴 같은 글씨가 걸려 있었다. '경전을 날줄로 삼고, 역사를 씨줄로 삼는다'는 글의 의미가 이제는 조금씩 다가오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중국에서 저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책은 기원전 1세기에 나온 사마천의 <사기>다. 책은 130편으로 이루어진다. 그중 112편이 인물을 서술하는데 인물들 대다수는 비극적 인물이다. 그래서 "비극 의식은 사마천 정신의 본질"(샤리쥔, <시간의 압력>)이라 했다.
사마천이 벗 임안에게 보낸 편지가 남아있다. 일본의 위대한 중문학자였던 요시카와 고지로 선생은 <독서의 학>에서 "고금의 문장에서 이처럼 비통한 글을 나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고지로 선생의 요약이다.
"이릉이라는 군인과 나는 함께 술을 마신 적도 없다. 그저 겸손하고 청결하며 부하의 신망이 두터운 군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우연히 중과부적의 상황에 처해 흉노의 포로가 되었는데, 사리사욕으로 똘똘 뭉친 무리들이 비난하고 조롱했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또한 패전 보고를 받고 폐하께서는 풀이 죽으셨다. 나는 폐하를 위로할 요량으로 이릉을 변호했다. 그것이 역린을 건드려 나는 감옥에 갇혔다. 사람들은 나를 외면했고, 사면운동을 벌일 돈도 없었다. 옥중에서 당한 고문은, 임안군, 이제는 죄인의 몸이 된 그대도 아는 대로다. 그리하여 나는 사내에게 더할 나위 없이 굴욕적인 형벌을 선고받았다. 치욕을 당하면 노예조차 자살한다. 어째서 나는 자살하지 않았을까. 인간이 이룬 인간의 역사를 인간을 위해 쓴다, 그 일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옥중에 있는 그대에게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 지금 내 마음을 전해둔다."
사마천은 역사서 저술의 목표를 이렇게 말한다.
"이것으로 하늘과 인간의 경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를 통달하여 일가의 언론을 이루고자 한다.(欲以究天人之際, 通古今之變, 成一家之言)"
그러고는 결론적으로 말한다.
"그러므로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다가올 일을 생각한다.(故述往事, 思來者.)"
중국 고전문헌학과 사마천 연구의 권위자인 장다커가 펴낸 <사마천 평전>이 지난해 번역됐다. 중국에선 1994년 출간된 책이다. 중국에서는 사기학을 '전통적 사기학'과 '신사기학'으로 나눈다. 이 책은 신사기학의 대표적 연구 논저 중 하나다.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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