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 반등했지만 여전히 미약… 산업생산·투자·부동산은 위축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6. 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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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5월 소매판매, 5개월만 반등
산업생산 증가율은 예상치 하회
고정자산투자·부동산도 하락

올 들어 내내 위축되던 중국 소비 심리가 5월 들어 반등했다. 반면 확장세를 보이던 산업 생산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소비는 살아나고 생산은 줄어들면서, 중국의 ‘수출 밀어내기’가 누그러들지 주목된다. 다만 소비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 데다 신규 주택 가격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부동산 부문의 침체도 이어지고 있어 올해 중국 경제 성장을 안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는 3조9211억위안(약 744조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3.0%보다 높은 수준이다. 소매판매는 백화점과 편의점 등 여러 유통 채널의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7월 2.5%까지 떨어졌다가 11월 10.1%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12월 7.4%로 떨어진 이후 올해 4월(2.3%)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5월 들어 5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노동절 연휴(5월 1~5일) 효과 덕분이라고 봤다. 실제 중국 노동절 관광 수입은 1668억9000만위안(약 31조68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7%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실시 중인 ‘이구환신(以舊換新·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 정책도 소비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중국 국가통계국 캡처

소비와 달리 5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 증가율(6.7%)과 블룸버그의 시장 전망치(6.2%)를 모두 밑돌았다. 지난해 7월 3.7%였던 월간 산업생산 증가율은 8월(4.5%)부터 상승세를 시작, 올해 1~2월 7.0%까지 확대됐다. 3월 4.5%로 꺾이긴 했지만 4월(6.7%)로 다시 반등했는데, 5월에 다시 위축된 것이다. 산업생산은 올해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3% 깜짝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이었다.

소비 회복과 산업생산 위축이 동시에 나타난 데 대해 블룸버그는 “경제 회복의 깊은 불균형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중국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늘어난 산업생산을 소화하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과잉 생산’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중국이 싼값에 제품을 대량 공급하면서 전 세계 산업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량이 줄어들고 내수가 살아나면 중국이 해외로 제품을 밀어낼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소비 회복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문제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셸 람 중화권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여전히 아주 약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소매 판매의 회복 모멘텀이 지속 가능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월간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중국 국가통계국 캡처

다른 지표를 봐도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5월 누적 4.0%로 집계됐다. 시장은 1~4월에 기록한 4.2%를 1~5월에도 유지할 것으로 봤는데, 이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다. 고정자산투자는 공장·도로·전력망·부동산 등 비농촌지역 자본투자의 총지출 변동을 측정하는데, 1~3월(4.5%)부터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국 70개 도시의 5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7% 떨어져 2014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월간 신규 주택 가격은 11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중고 주택 가격은 1% 떨어졌는데, 역시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구환신 정책 일환으로 각 지방정부는 자동차 소비 촉진을 위해 110억위안(약 2조9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술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5000억위안(약 94조995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시행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을 폐지하는 등 부동산 정책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효과는 작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복잡한 대외환경, 국내 수요 부족 등으로 인해 경제 회복이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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