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AI·대학생도 꺾었다…17세 직업고교 학생 중국서 화제

수학 아닌 디자인 전공 고등학생
결선 진출자 중 유일한 여성

장핑. 중국 관영 CCTV 제공

최근 중국에서 열린 수학경시대회에서 직업고등학교에 다니는 17세 학생 장핑(姜萍)이 세계 유명 대학 학생들과 나란히 결선에 진출해 화제다.

17일 중국 관영 CCTV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동부 장쑤성 롄수이 중등직업전문학교(中專)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여학생 장핑이 지난 13일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가 개최한 글로벌 수학경시대회 예선에서 93점을 획득해 결선에 진출했다.

장핑은 결선 진출자 30명 중 12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는 17개 국가에서 참여한 801명의 참가자가 몰렸으며, 평균 연령은 22세였다. 결선 진출자 명단에 오른 이들은 케임브리지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 베이징대, 칭화대 등 유명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이 대회에서 직업고등학교 학생이 결선에 진출한 것은 장핑이 최초다. 또 그가 결선 진출자 중 유일한 여성인 점, 참가자의 평균 연령보다 한참 어린 17살의 나이로 결선에 진출한 점, 수학이 아닌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장핑은 중학교 시절에도 수학 실력이 뛰어났지만 다른 과목은 점수가 좋지 않아 직업학교에 갔고, 의류 디자인을 전공으로 택했다. 하지만 장핑의 재능은 금세 눈에 띄었다. 그는 렌수이전문학교 입학 후 처음 치른 수학 시험에서 150점 만점에 130점을 넘게 받아 1등을 했다. 2등은 50~60점에 그쳤다.

이런 재능을 알아본 수학 교사 왕춘루는 대학 수준의 수학 과정을 공부해보자고 제안해 장핑을 가르쳤다. 왕춘루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125위를 기록해 결선 진출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소식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글로벌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은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이 중국에서 직업고등학교를 “실패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라고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중국 유명 대학인 퉁지(同濟)대학과 장쑤대학 등은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통해 장핑의 입학 지원을 환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장핑은 “나는 이런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었다”며 “어쩌면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장핑은 인공지능(AI) 참가자도 제쳤다. 이번 대회에서 AI를 활용한 각국 대학과 기업 563팀이 참가했으나 모두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올해로 6회째인 알리바바 수학경시대회는 참가 집단을 특정하지 않고 자격을 개방해 그간 배달 노동자나 공무원, 의사 등 다양한 ‘수학 애호가’들이 참가해왔는데, 올해는 AI 기반 참가자에게도 처음으로 문을 열어줬다.

대회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AI 참가팀의 평균 점수는 18점으로, 인간 참가자의 평균 점수를 웃돌긴 했지만 최고 점수는 34점을 기록해 인간 참가자의 최고 점수인 113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주최 측은 AI팀 채점 결과 단순 계산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논리적 추론과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서는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