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공사 사장 “분양가 올리는 기본형 건축비 개선 시급”
“건축법 기준 개선, 국토부에 수차례 요청했으나 답 없어”
“SH공사가 짓는 공공주택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사전예약가는 3억5000만원이다. 2021년 기준 원가는 1억9000만원이다. 40년 있다 부술 아파트를 짓는게 아니라, ‘백년 주택’을 짓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원가 3억 짜리를 지어서 3억5000만원에 팔겠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공공주택 건설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실제 건설원가에 기반한 분양가 책정 등을 위해 기본형 건축비 제도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1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현행 주택법(제57조)에 따르면, 선분양 주택의 분양가격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와 택지비를 더해서 산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는 분양가격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분양가 상한제)다.
분양가 상한제는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는 제도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부활하여 2007년부터 민간 아파트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투기과열지구 또는 주택가격 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 지역에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주택법 및 국토교통부령(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해 기본형 건축비에 건축비 가산비용과 택지비를 합하여 분양가격을 산정하도록 되어 있어 실제 투입된 공사비(건설원가)와 분양가격 간에 괴리를 발생시킨다.
SH공사가 2005년 이후 분양한 142개 단지 분양원가를 분석한 결과, 평균 분양가는 ㎡ 당 360만원, 건설원가는 ㎡ 당 310만원으로 분양가격과 건설원가간 ㎡ 당 5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는 평균 13.8%의 분양이익※을 얻었으며, 이 분양이익에서 택지비는 110%, 건축비는 –10%를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평균 분양이익 ㎡ 당 50만원에서 택지비는 ㎡ 당 55만원의 이익을 얻은 반면, 건축비는 ㎡ 당 5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분양가격은 2005년 ㎡ 당 222만원에서 2021년 ㎡ 당 600만원(2.7배)으로, 건설원가는 ㎡ 당 200만원(2005년)에서 ㎡ 당 394만원(2021년) 2배로 상승하였으며, 분양가는 택지비, 건설원가는 건축비가 더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격 중 택지비는 3.85배 상승해 건설원가 택지비 1.83배 상승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 택지비 원가 상승분보다 분양가에 택지비를 더 많이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축비는 분양가격 건축비 1.81배, 건설원가 건축비 2.07배로 택지비 상승률 격차보다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현행 기본형 건축비는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55% 수준으로, 높은 가산비용과 선택품목 비용으로 기본형 건축비에 기반한 분양가격 산정기준 역할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형 건축비는 선분양제 하의 분양가 규제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으며, 분양가가 실제 투입된 원가에도 불구하고 근거가 미흡한 기본형 건축비에 기반해 산정됨으로써 분양가 책정 시 불인정 받을 경우 고스란히 사업자의 손실로 반영된다. 따라서 사업자가 분양가에 택지비를 과도하게 부풀리게 만드는 부작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현행 선분양 제도는 최근 여러 부실·붕괴사고에서 보듯 부실시공에 따른 모든 피해가 소비자인 시민에게 돌아간다. 반면 SH공사는 2006년부터 후분양제(건축공정 80% 이후 시점)를 도입함으로써 공사부실 및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이로 인한 모든 손실을 SH공사가 떠안게 되어 시민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없는 구조이다.
SH공사는 “주택은 일생에 한두번 구매하는 고가의 상품이나, 현행 선분양제 하에서는 상품을 보고 구입할 수 없는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상품”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후분양제(공정 80% 이후 분양)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후분양제 도입 사업장의 경우 실제 투입된 원가를 알 수 있어, 후분양을 시행하는 사업장의 경우 기본형 건축비가 아닌 실제 건설원가를 공개한 경우 원가에 기반하여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작년부터 국토부에 건축법 기준을 만들어 제출하고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면서 “40년이 지나 부서질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라 원가를 높여 100년 가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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