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열풍에 홀쭉해진 미국인들…'이 업계' 노났다
"매출 증대, 원단도 덜 들어 일석이조"
맨해튼 등 비만약 복용 높은 지역, 빅사이즈 판매량 11%↓
"비만약發 의류 신수요 이례적 현상"
"비만약 고가, 패션기업 수혜 제한적" 전망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에서 위고비, 오젬픽 등이 비만치료제로 인기를 끌면서 패션업계가 활짝 웃고 있다. 비만 신약으로 날씬해진 이들이 기존보다 더 작은 치수의 옷을 구매하고 나서 기존과 다른 성격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퀸 CEO는 “매출 증대 외에도 작은 사이즈는 원단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기업에 폴로 셔츠, 재킷 등을 판매하는 올스타 로고 역시 지난 1년간 빅 사이즈 의류 수요가 반토막 났다. 이전에는 엑스트라, 엑스트라 라지 등 빅 사이즈 판매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에는 한 사이즈 이상 낮춰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만 신약 복용자의 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에선 사이즈별 매출 희비가 더욱 뚜렷했다. 시장 조사업체 임팩트 애널리틱스가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12개 브랜드 빅 사이즈 셔츠 판매량이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슬림 사이즈 셔츠 판매량은 12.1% 늘어났다. 여성용 드레스와 스웨터, 남성용 폴로 셔츠와 티셔츠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활동량 저하로 최근 몇 년 간 소매업체들이 플러스 사이즈용 옷을 추가하기 위해 서둘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릴리언트 헬스에 따르면 이 지역은 뉴욕시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 신약을 복용하는 이들이 집중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프라샨트 아그라왈 임팩트 애널리틱스 CEO는 “사이즈 변화가 체중 감량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옷 스타일의 변화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뚜렷한 변화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초기 다운사이징(치수 축소)은 브랜드와 의류 유형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며 업계 임원들은 체중 감량 약이 원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런 변화는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의류 업계는 비만 신약에 따른 수혜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는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지난 5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8명 중 1명 꼴로 오젬픽과 같은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 작용제를 투약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38%는 ‘체중 감량이 유일한 투약 이유’라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만큼 날씬해진 몸에 맞춰 새 옷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아비 마단 아마라 공동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난 1년간 소매업체들이 더 작은 사이즈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면서 “최근 0~8사이즈 판매는 늘리고, 18~24의 플러스 사이즈는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800개 소매업체에서 이브닝 가운과 기타 정장을 판매하는 업체다.
일각에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만 치료제 비용이 매달 1000달러(약 138만원)가 넘고, 오젬픽의 경우 체중 감량 목적으로 쓰일 경우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어 의류 수요를 촉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패션 기업들은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의류 소매업체 토미 바하마 더그 우드 CEO는 “체중을 줄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매우 큰 남성을 위해 디자인된 ‘빅 앤 톨’ 컬렉션의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며 “앞으로 무엇을 걱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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