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상속세 개편, 정치권 화두로…완화에 공감, 각론은 이견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및 상속세 전면 개편 의지를 밝히면서 '세제 개편'이 정치권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이들 세금에 대한 중산층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여야가 공감하고 있어 개편 가능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각론과 전제를 두고 이견이 있어 국회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이르면 다음달 말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치열한 정책 샅바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제 개편 논의는 전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종부세를 사실상 전면 폐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밝히면서 불이 붙었습니다.
구체적인 세율 인하 폭을 정부 고위 인사가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2대 정기국회에서 종부세·상속세 개편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목표 아래 입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당 재정·세제개편특위는 지난 12일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어 '종부세 합리적 개편'을 논의했으며, 20일엔 '상속세 및 증여세 개편'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합니다.
국민의힘은 종부세의 경우 전면 폐지보다는 다주택자 중과세 부담을 낮추는 수준의 법 개정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저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워크숍 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의 부분적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근본적 폐지는 재산세와 통합 문제로 가야 하므로 좀 더 연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상속세에 대해서도 상속세율 인하와 대주주 할증과세 폐지를 통해 완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동안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원활한 기업 승계를 막아 결국 중산·서민층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 당정 인식입니다.
최근엔 주택 가격 급등으로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이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데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먼저 띄운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부동산 동향에 민감한 국민 여론, 감세가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도로 살피며 더욱 신중을 기하려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언론 통화에서 성 실장의 전날 '최고세율 30%' 언급 등에 대해 "아직 당정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제기하는 세 부담 완화론에 대해 세수 확충안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늘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윤석열 정부가 세수 확충 방안을 내놓지는 않고 '부자 감세'라고 할 수 있는 상속세 개편과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이해식 수석대변인이 최고위 회의 종료 후 전했습니다.
작년 정부가 본예산에서 예상한 세입보다 실제 국세가 56조4천억 원 덜 걷히는 '세수 펑크'가 난 데다 올해도 30조 원대 펑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상황에서 감세론을 펼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민주당의 문제의식입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세수 펑크 30조 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려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재정사업은 할 수 있느냐"며 "세수 대책 전에 감세론을 꺼내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만을 고수하며 관련 논의에 손을 놓고 있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집값 상승과 경제 규모의 변화를 세제에 반영하고, 정파와 무관하게 경제 정책에 따른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 보터'들의 표심을 잡으려면 실용적 관점에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했으며 고민정 최고위원도 '종부세의 총체적 재설계'를 주장해 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다만 전통적 지지층에서는 당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들 세제 개편에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통일된 안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세수 부족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세제 개편을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는 데 의원들이 공감하지만, 개별 세제 항목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매우 다양하다"며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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