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1인자가 구운 햄버거 패티… ‘서민 코스프레’ 역풍
생고기 위에 올라간 치즈에 네티즌들 부글
“서민 코스프레” 비판… 3시간 만에 삭제
트럼프도 과거 포크·칼로 피자 먹었다 곤혹
아무 생각 없이 올린 사진 한 장이 이토록 큰 논란으로 이어지게 될 줄 알았을까. 미국 민주당의 상원 1인자인 척 슈머(74) 원내대표가 16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맞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상·하원 도합 17선을 한 이 베테랑 정치인이 이날만큼은 자상한 아빠가 돼 햄버거 패티를 굽는 모습이 어설픈 디테일 하나 때문에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슈머는 이날 오후 8시쯤 X(옛 트위터)에 딸 부부의 집 뒷마당에서 바베큐 기계로 햄버거 패티와 소시지를 굽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카키색 반팔·반바지를 입은 슈머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지역구는 뉴욕인데 “우리 가족은 오랜 기간 아파트에만 살다가 이번에 딸 부부가 뒷마당이 있는 새로운 집을 마련했다”며 “우리는 처음으로 전기 그릴을 이용해 핫도그와 햄버거를 먹으려 한다”고 했다. 한국은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반면 미국은 ‘아버지의 날’과 ‘어머니의 날’을 따로 두어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사진 속 전혀 구워지지 않은 생고기 패티에 치즈 한 장이 올라가 있는 것이 네티즌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패티가 거의 다 익기 직전에 치즈를 올려 녹이는 통상적인 요리 방법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슈머가 올린 사진은 올라온지 3시간 만에 4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80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도대체 왜 생고기 패티 위에 치즈를 올린거냐” “서민인 척 하기 참 힘들지 않냐” “지구상에서 가장 최악인 홍보(PR) 인력을 데리고 일하는 것 같다” “이 사진을 올린 사람은 해고될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미국인 답지 않은 행위”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티를 구워 나눠주는 과거 영상을 첨부하며 “여기 교육용 비디오가 있으니 보고 배우라”고 했다. 슈머의 이같은 ‘서민 코스프레’에 그의 재산이 지난해 기준 8100만 달러(약 1117억원)나 된다는 사실도 재소환됐다. 슈머는 이날 동성애자인 딸 앨리슨(35)과 배우자 엘리자베스가 뉴욕에 마당이 딸린 주택을 새로 구매한 사실도 알렸는데, 뉴욕의 살인적인 집값 탓에 일각에선 ‘아빠 찬스’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앨리슨은 빅테크 기업인 페이스북에서 일하고, 부친은 민주당의 모든 입법을 관장하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종종 ‘이해 충돌’ 논란이 있어왔다.
슈머는 1980년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낙선을 해본 적이 없고, 2005년부터 상원 지도부에서 활동한 민주당 간판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3시간 만에 사진은 슈머의 X 계정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네티즌들에 의해 SNS에 빠르게 유포된 뒤였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음식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특히 민감한 편이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도 2014년 한 정치 모임에서 칼과 포크를 이용해 피자를 먹다 ‘피자는 손으로 접어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뉴욕커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도 같은 이유로 고초를 겪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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