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퀀텀’ 잊었나…2년째 예타에 발목, 대표 축제 위상도 주춤
퀀텀코리아 행사도 작년보다 주목 못 받아
정부가 지난해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1년 만에 정책 의지가 약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제2회 퀀텀코리아 행사가 열리지만 작년 1회 행사보다 규모나 파급력이 떨어진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작년 행사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지만, 올해는 일산 킨텍스에서 양자과학기술 분야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양자과학기술은 양자컴퓨팅과 암호통신, 센서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의 기반으로 쓰이는 기술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작년 4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양자과학기술 시장 규모가 2040년에 1060억달러(약 138조원)로 커질 것으로 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6월 27일 민관 합동으로 3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1회 퀀텀코리아 행사에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퀀텀 과학과 기술 역량을 집중해서 창의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퀀텀 연구자들의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선진국 대비 양자과학기술 수준이 6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과기정통부는 과감한 투자로 2035년 글로벌 양자(퀀텀)경제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양자과학기술 수준을 선진국의 85%까지 끌어올리고, 관련 핵심 인력과 산업 종사자를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양자과학기술 행사는 1년 만에 양질 모두 하락했다. 작년엔 노벨상을 받은 원로급 연구자를 대거 초대했지만, 올해는 키노트나 기조연사에 대한 기대감도 낮다. 몇몇 눈에 띄는 이름이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전면에 내세웠던 작년에 비하면 화제성이 약하다는 말이 나온다. 양자기술을 연구하는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는 “좋게 말하면 연구자들을 위한 축제로 돌아온 셈이고, 나쁘게 말하면 하던 대로 연구자만 모이는 행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양자 분야의 연구자들은 퀀텀코리아 행사보다 정부의 지원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 더 큰 실망감을 보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 프로젝트인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과정에서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있다. 원안에서 요구한 예산이 9960억원인데, 지금은 3000억원 수준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아직 예타가 진행 중이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예타에서 삭감된 예산이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정부가 예타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국회에서 국가재정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예타 폐지에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서 예타 면제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역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건 피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가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예타를 신청한 건 작년 3월이다. 예타 통과 여부도 알지 못한 채 대규모 투자가 미뤄지는 사이 중국은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며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양자기술 분야에서 나온 논문 5만739건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1만5604건으로 전체 논문 수의 30.8%를 차지해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1만2151건), 독일(5366건)이 뒤를 이었고, 한국은 1210건으로 16위에 그쳤다.
중국은 이미 2025년까지 양자 과학기술에 153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금까지 밝힌 투자 규모(38억달러)보다 4배나 많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양자 기술인력과 초전도 기술은 이미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안세정 KISTI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양자정보기술 분야에서 2012년, 양자계측·센싱 분야에서 2016년부터 미국보다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고,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도 2022년에 미국을 추월했다”며 “과학기술 선도국들은 미래 과학기술의 게임 체인저로 일컫어지는 양자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인력과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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