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엔 구더기·텅빈 냉장고… ‘허기’ 가득한 노인의 방[밥 굶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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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빌라.
고독사 청소용역업체 관계자와 전날 사망한 박모(63) 씨의 6평 남짓한 원룸 앞에 서자 문을 열기도 전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박 씨처럼 혼자서는 하루 한 끼도 챙기지 못하는 '결식노인'이 고독사 고위험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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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음식·생수가 전부
고독사 고위험군 63% “하루 1끼”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빌라. 고독사 청소용역업체 관계자와 전날 사망한 박모(63) 씨의 6평 남짓한 원룸 앞에 서자 문을 열기도 전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독거노인이던 박 씨의 냉장고엔 말라 비틀어진 어묵, 유통기한이 반년 이상 지난 쌈장, 생수 6통이 전부였다. 밥솥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근처 편의점 업주는 “한 달에 3∼4번씩 오로지 라면 두 봉지만 사 가던 할아버지”라며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말을 시켜도 대답도 없고, 건강도 좋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박 씨의 원룸에는 허기와 고독이 배어 있었다. 박 씨에겐 당장 먹을 수 있는 밥도 반찬도 없어 보였다. 싱크대는 ‘2023년 사랑의 김장나눔’이라고 적힌 김치통이 꺼내져 있었다. 지난해 한 봉사단체에서 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이 김치는 전부 상해 희끗희끗한 곰팡이로 가득했다. 식탁 위에 놓인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자식이 있다고 쓰여 있었지만, 정작 박 씨의 시신은 지방에 사는 먼 친척에게 인계됐다. 박 씨가 숨진 자리 위론 골절 진단서와 아파트 경비원 지원서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옷장에서 발견된 성인용 기저귀를 보면 박 씨가 스스로 화장실도 가기 힘든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청소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50번 정도 고독사 현장에 나가는데, 그중 70%는 독거노인”이라며 “혼자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고 살다가 당뇨 등 지병이 급격히 악화돼 숨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씨처럼 혼자서는 하루 한 끼도 챙기지 못하는 ‘결식노인’이 고독사 고위험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1월 발간한 ‘2022년 고독사 예방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고독사와 식생활은 긴밀한 연관성을 보인다. 고독사 고위험군(고독사 위험 판단점수 70∼100점)의 63.4%가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응답했는데, 중위험군(40∼60점)은 19.3%, 저위험군 (10∼30점)은 6.2%에 그쳤다.
정부는 노인들의 결식과 고독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경로당 플랫폼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전국 약 6만9000개 경로당에서 ‘주 5일 무료 점심’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역별 격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은 경로당 이용률이 저조하고, 지방은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2일 ‘초고령사회 노인 대상 식사지원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노인들 각자의 욕구와 형편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어울리며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한·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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