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면 “밥 먹자” 전화… “우리마을엔 고독사 없어요”[밥 굶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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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는 밥 굶는 노인이 있을 수 없어요. 자연사는 있어도 고독사는 없습니다."
문화일보가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료 급식·도시락을 지원받고 있는 '결식노인'은 전국적으로 15만7804명에 달한다.
이들이 끼니를 거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지만, 똑같은 조건이라면 대곡1리처럼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는 시골의 노인이 도시의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고독사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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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대곡1리 경로당 어르신들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등 많지만
함께 끼니해결… 결식위험 줄여
자생적 ‘노노케어’ 도시와 대조
‘고독사 예방’ 사례로 주목받아 下>
경주=글·사진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우리 마을에는 밥 굶는 노인이 있을 수 없어요. 자연사는 있어도 고독사는 없습니다.”
지난 13일 찾은 경북 경주시 건천읍 대곡1리에는 96가구에 170여 명의 노인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 독거노인이고, 5명 중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빈곤층이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도시의 독거노인들과 달리 생기와 활력이 넘쳤다. 경로당에서 매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하면서 끼니뿐만 아니라 ‘정서적 끼니’까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생적 ‘노노(老老) 케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문화일보가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료 급식·도시락을 지원받고 있는 ‘결식노인’은 전국적으로 15만7804명에 달한다. 이들이 끼니를 거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지만, 똑같은 조건이라면 대곡1리처럼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는 시골의 노인이 도시의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고독사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독거노인 한태숙(96) 씨는 매일 보행보조기를 밀고 30분 거리의 경로당을 찾는다고 했다. 70대 ‘동생’들이 만들어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한 씨는 “내가 안 나오면 동생들이 ‘언니, 밥 무소’ 하며 전화 온다”며 “기초연금 33만 원과 명절 때 자식들이 주는 용돈 남짓으로는 공과금을 내기에도 벅차지만 매일 재밌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미화 일이 끊겨 기초생활수급자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김태순(81) 씨도 매일 점심마다 경로당에 들른다. 김 씨는 “혼자 있으면 밥을 거르거나 아침에 해둔 밥으로 하루 종일 먹곤 하는데, 식사 후 동네 사람들이랑 놀다 보면 시간도 잘 간다”며 또래들과 한참을 떠들다 집으로 향했다.
경로당은 매일 오전 10시가 되면 ‘마을 식당’으로 변신한다. 정해진 당번은 없고 각자 경로당에 도착하는 대로 식사를 준비한다. 자연스레 연소자인 60대가 설거지를 맡고 70대 초반이 요리를 맡는 식이다. 식사에 필요한 식재료도 합심해 마련한다.
이장 권태란(66) 씨는 “시 복지과에서 지원받는 쌀과 밑반찬으로는 부족해 각자 집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들고 온다”며 “생일이면 경로당에 10만 원씩 기부하시는 분도 있고, 다 함께 나누자는 마음으로 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윷놀이를 즐긴다고 했다. 박춘환(72) 씨는 “우리 마을은 소득·나이 상관없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자발적인 노인 공동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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