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일만의 감동 복귀에 골까지...기적의 사나이 “지난 유로와 달라” [유로2024]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4. 6.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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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이번 유로에서의 나의 이야기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1100일 전인 2021년 6월 유로 2020 무대서 덴마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라운드의 동료들과 관중들은 물론 TV화면을 통해 핀란드와 덴마크의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 모두 충격에 빠진 장면. 하지만 당시 에릭센은 심판과 동료를 비롯한 현장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의식을 찾았고 이어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1100일만에 감동 유로 복귀전을 치른 크리스티안 에릭센. 사진=AFPBBNews=News1
규정 탓에 세리에A 인터밀란과의 계약도 해지됐던 에릭센은 불과 7개월여 만에 EPL 브렌트포드와 계약을 맺고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생명이 위험했던 사고를 겪으면서 선수 복귀는 불투명해보였다. 하지만 불과 반년여만에 다시 정상급 선수로 돌아온 인간승리인 동시에 기적의 상징이 된 에릭센이었다. 이후 에릭센은 맨유로 이적해 현재까지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덴마크의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그리고 2024년 6월 17일(한국시간) 유로 무대서 첫 골까지 신고하며 자신의 완벽한 복귀를 만천하에 알렸다.

덴마크는 6월 17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투트가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C조 1차전 슬로베니아와의 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에릭센의 전반 17분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후반 32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힘든 첫 경기서 승점 1점을 획득하며 첫 단추를 비교적 잘 꿰었다.

이날 덴마크는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그리고 에릭센은 라스무스 회일룬, 조나스 올데르 빈의 최전방을 지원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플레이메이커로 출격했다.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모르텐 히울만이 3선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크리스티안센 빅토르, 알렉산데르 바가 좌·우 풀백으로 나섰고, 야니크 베스테르고르,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요아킴 안데르센이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췄다. 골문은 카스퍼 슈마이켈이 지켰다.

에릭센. 사진=AFPBBNews=News1
마크가 공을 소유하면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덴마크는 전방에 포진한 회일룬, 올데르 빈에게 지속적으로 공을 투입하면서 득점을 노렸다.

위협적인 장면은 슬로베니아가 먼저 만들어냈다. 전반 15분 슬로베니아 공격수 벤자민 세슈코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덴마크 골문을 위협했다. 세슈코의 슈팅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17분 덴마크가 곧바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바로 유로 무대로 다시 돌아온 에릭센이 그 주인공이었다. 올데르 빈이 뒷발로 내준 볼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빠르게 달려든 에릭센이 잡았다. 에릭센은 속도를 살린 채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득점을 터뜨린 에릭센은 환한 미소와 함께 두 팔을 활짝 펼치며 그라운드를 내달리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정확히 1100일만에 돌아온 유로 무대서 자신의 유로 무대 첫 골까지 신고한 에릭센이었다.

에릭센. 사진=AFPBBNews=News1
에릭센의 활약은 끝이 아니었다. 전반 27분엔 에릭센이 우측에서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를 연달아 맞고 슬로베니아 골문을 살짝 비껴갔다. 전반 42분엔 올데르 빈이 왼쪽에서 내준 볼을 에릭센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득점 기회였지만 에릭센의 슈팅엔 힘이 너무 실렸다.

후반전도 덴마크가 주도했다. 후반 7분. 문전으로 절묘하게 휘어져 들어간 에릭센의 프리킥이 슬로베니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후반전에도 여전히 덴마크 공격의 중심은 에릭센이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0분. 세슈코가 덴마크 진영에서 흘러나온 볼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대를 때렸다. 결국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 32분.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볼을 에릭 잔자가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공이 히울만 등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득점으로 이어진 잔자의 슈팅은 슬로베니아의 이날 첫 번째 유효 슈팅이었다.

결국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덴마크는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며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얻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종료 후 에릭센은 현지 인터뷰서 에릭센은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이번 유로에서의 나의 이야기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복귀는 내게 무척이나 큰일이다. 다시 유로에서 경기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 이곳으로 돌아와서 기쁘다”며 유로 무대로 돌아온 복귀 소감을 전했다.

에릭센의 선제골에도 덴마크는 아쉽게 첫 경기 무승부에 그쳤다. 사진=AFPBBNews=News1
앞서 2020 유로 핀란드전서 에릭센은 무사복귀와 회복을 기원하는 배경에서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번 슬로베니아전에선 선제골을 비롯한 맹활약으로 다시 경기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에릭센의 말대로 분명히 다른 유로 경기였다.

에릭센은 “골을 넣고나서 매우 기뻤다. 내가 유로에서 골을 넣은 적이 없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로에서의 첫 골로 팀을 도울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면서 미소 지은 이후 “첫 경기서 승점 3점을 따냈다면 더 기쁘고 더 큰 자신감을 얻었겠지만 무승부로 끝이 난 것은 다음 경기를 앞두고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신호일 것”이라며 2차전 잉글랜드와의 승부를 기약했다.

덴마크의 동료도 에릭센과 함께 다시 유로 무대를 누비는 것의 기쁨을 전했다. 유로 2020 당시 에릭센이 심정지로 쓰러지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축구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던 덴마크 공격수 유수프 포울센은 이번엔 활짝 웃었다.

포울센은 “에릭센은 특별하다. 그와 다시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하다. 덴마크 대표팀에 그가 있어서 행복하다. 이번 대회도 우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덴마크는 이번 유로 2024 대회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1100일만의 감동적인 복귀전으로 기적을 알린 에릭센과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단이 다시 기적을 연출한다면 유로의 주인공이 누가 될 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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