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측 "재판부, 주식가치 계산 오류…노소영 내조 기여 극도 과다"

"항소심 재판부, 대한텔레콤 2차례 액면분할 고려 안해…치명적 오류"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상고 통해 사실 바로잡을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4.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주식가치 산정' 과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액면분할을 고려하지 않아 사실상 '100배의 오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 오류를 범했다"며 "노소영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고 밝혔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재산 분할에 핵심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지난 1994년 최종현 선대 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억 8000만 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 억 원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 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이후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2007년 3월(1대20)과 2009년 4월(1대2.5) 두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면서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당시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따라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최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 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했다.

(SK그룹 제공)

최 회장 측은 2차례의 액면분할을 고려하지 않은 재판부 판단을 반박했다. 재판부 결정에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100원→1000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 주장대로라면 선대 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 줄어든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조건이다.

이동근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했다"며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에 나타난 객관적인 오류와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상고로 바로잡을 것"이라며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