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불패’는 깨져야 한다[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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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동교동에는 '야간분만' 간판을 올린 산부인과가 있다.
원장은 산과(産科)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자연분만' 원칙을 지키고 있다.
원장은 의사 생활 30년 만에 빚만 7억 원을 떠안았다.
강희경 서울대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휴진을 '연휴'에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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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동교동에는 ‘야간분만’ 간판을 올린 산부인과가 있다. 원장은 산과(産科)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자연분만’ 원칙을 지키고 있다. 수가가 다섯 배 높은 제왕절개는 산모 회복과 신생아 면역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권하지 않는다. 산모가 비싼 비급여진료를 원해도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먼저 설득한다. 의사가 양심을 지키면 손해를 보는 게 요즘 세태다. 더군다나 저출생으로 분만 건수는 급감했다. 원장은 의사 생활 30년 만에 빚만 7억 원을 떠안았다. 풍족한 환경에서도 지켜지기 힘든 게 신념이다. 그는 왜 끝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걸까. 답은 이랬다. “산모를 쉽게 속일 수 있죠.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을 다 속여도 나 자신은 알잖아요. 내가 환자에게 해를 끼쳤다는 사실을요.”
그는 지금도 24시간 내내 병원에 머물고 있다. 다른 분만병원들도 이번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는다. 아동병원 130여 곳도 정상 진료한다.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낮은 수가로 정부 정책에 가장 불만이 많은 과다. 심·뇌혈관질환, 화상, 신체 절단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들이 찾는 전문병원 100여 곳도 문을 닫지 않는다. 전공의들이 떠난 대학병원이 넉 달째 치료하지 못한 환자들을 받아낸 곳이다. 설사 의대 증원을 반대한다고 해도 환자에게 고통과 아픔을 줄 수 없다는 소명의식 때문이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서울대병원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병원장 불허 방침을 어긴 불법 휴진이다. 이들은 국민건강을 잘 돌보기 위해 전면 휴진을 결정했다고 한다. 올바른 의료체계를 세우겠다면서 의료 공백을 불러왔다.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희경 서울대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휴진을 ‘연휴’에 빗댔다. 연휴에 환자들이 더 위험해지진 않는다는 논리다. 시간의 무게는 다르다. 휴진해도 지장 없는 교수와 시한부 삶을 사는 중증질환자의 시간은 달리 흘러간다. 암 전이가 연휴라고 멈출 리 없다.
의대생 학부모들까지 나섰다. 서울대의대 교수들에게 환자가 불편해도 강력한 행동을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불편이라고 말하기엔 단어가 너무 가볍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이다. 미래 환자가 오늘의 환자보다 소중하다고도 했다. 미래 이익이 중하다는 욕심을 감춘 궤변이다. 사람 목숨과 돈을 같은 저울에 올린 셈이다.
‘환자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마라(Do no harm).’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의사 직업윤리의 근간이다. 한 췌장암 환자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의대 교수들은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 생명을 담보로 뭘 얻으려는 거냐”고 울부짖었다. 의대 교수들 명분은 퇴색됐다. 의대 증원 백지화만 외칠 때는 지났다.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에겐 면죄부도 줬다. 병원을 불법이탈한 전공의들 면책을 요구하면서 교수들이 진료를 거부한 일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수십 년간 파업할 때마다 의사들은 환자 피해와 사회적 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의사는 법을 어겨도 용인받아야만 하는 ‘계급’이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렇게 끝맺는다. ‘내가 이 맹세를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내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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