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들, 이젠 ‘친윤’ 손사래?
국민의힘 당권경쟁에서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것의 득실을 두고 당권주자들이 딜레마에 놓였다. 17일 기준 당권주자 중 친윤을 내세우거나 연대를 표방하는 주자는 한 사람도 없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세론을 형성한 상황에서 당원 동원력이 있고 세몰이에도 유리한 친윤계의 지원이 탐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간 친윤에 대해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대표 출마를 고려 중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친윤계를 대표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하자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보도였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친 사람들을 개혁하는 게 제 정치적 소임이지 그분들의 지원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경원 의원도 친윤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한 전 위원장의 대항마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잠재적 당권주자 중 하나다.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다. 다만 나 의원 본인이 친윤 주자로서 행보를 부각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나 의원은 소위 ‘나이연대’(나경원 대표·이철규 원내대표)에 대해 “고약한 프레임”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범친윤이 나 의원을 밀어주는 것은 합리적 수순”이라면서도 “나 전 의원을 친윤이 민다고 해서 얻을 게 별로 없다. 이미지만 소모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공개적으로 친윤 주자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양상은 지난 전당대회와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 지난해 김기현 전 대표는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전 의원과 손잡고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내세워 당선됐다. 김 전 대표가 낮은 지지율을 극복한 데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과 이에 호응한 친윤·당원들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경쟁주자였던 안철수 의원도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내세웠다가 대통령실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
달라진 모습은 친윤이라는 점이 당원들에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친윤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하기에는 전체적인 구도나 분위기가 썩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친윤이 한 전 위원장보다 더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재섭 의원이 스스로 ‘친윤 주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에 대해서도 “친윤의 존재를 부인한다기보다는 들어가서 친윤의 잘못된 것을 개혁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개혁 의지를 희석하는 부정적 용어로 사용했다.
친윤계에서는 당심을 오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용어에 대해 “그건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당원 개개인에게 전부 다 확인을 해 본 결과는 아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승규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친윤의 어떤 부분 때문에 그게 공격 대상이 돼야 되는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당대표가 됐다 해서 용산과 긴장 관계가 된다면 국민들이, 당원들이 그런 당대표를 뽑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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