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상원, 내일 동성혼 허용 법안 통과 전망
법적 지위도 ‘남편과 아내’에서 ‘배우자’로
태국 상원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올해 말쯤 이 법안이 발효되면 태국은 동남아에서 동성혼을 허용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된다.
17일 방콕포스트·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동성 결혼 허용을 골자로 하는 결혼평등법(민상법 개정안)이 18일 태국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앞서 태국 하원은 이 법안을 만장일치에 가까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고, 상원의원들 역시 지지를 표명해 왔기 때문에 무리 없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내각과 왕실의 승인을 형식적으로 거친다. 이후 왕립 관보에 게재된 지 120일이 지나면 발효된다. 랏끌라오 수완키리 정부 부대변인은 16일 성명을 내 “결혼평등법은 결승선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출된 결혼평등법은 동성 커플이 이성 커플과 동등한 권리를 갖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민상법은 가족 형성을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으로 제한했으나, 개정안은 결혼한 부부를 ‘남녀’가 아닌 ‘두 개인’으로 규정했으며 이들의 법적 지위 역시 ‘남편과 아내’에서 ‘배우자’로 변경했다. 법안에 따르면 동성 커플에게도 자녀 입양권, 배우자의 자산 관리 및 상속권, 이혼, 배우자가 공무원인 경우 국가 복지 혜택, 세금 공제 등이 보장된다. 외국인도 태국에 동성 결혼을 신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배우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법안이 최종 발효되면 태국은 동남아에서 최초로, 아시아에선 대만과 네팔에 이어 세 번째로 동성 커플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가 된다. 전 세계 40여개국이 동성혼을 인정한다.
세타 타위신 총리는 동성 결혼 허용을 주요 안건으로 삼고 추진해왔다. 태국 정부는 법안 통과가 예상되는 18일 저녁 방콕 정부청사에서 도심까지 행진하는 퍼레이드를 벌여 역사적인 날을 축하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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