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oitte. 글로벌 인적자원 트렌드 ①] 사람이 커야 조직도 큰다… 역량 뽑아내기보단 성장 도와야
사람이 동력으로 작용하는 오늘날의 경제 환경에서 조직은 커다란 분수령에 처했다. 산업 경제가 지식 경제로 전환했고, 이제 지식 경제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 지극히 인간적인 특징 등 ‘인간성’이 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오늘날 조직엔 직원부터 외주 인력, 고객부터 지역사회 구성원까지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은 단순히 수익을 창출해 내는 차원을 넘어 조직에 혁신을 가져오고 지식재산을 확보하며 효율성, 생산성, 브랜드, 적응력, 위기관리 등 조직의 핵심 가치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많은 조직은 이렇게 중대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이는 아마도 조직이 사람을 위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신 사람으로부터 가치를 얻어내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사회 측면을 개선하려면 ‘인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부터 전환해야 한다. 조직은 무엇보다 구성원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사람을 위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건강과 웰빙을 개선하고 △구성원의 업무 능력과 채용 가능성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구성원의 역량 발전을 지원하고 △조직 내 형평성을 개선하고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소속감을 키우며 △조직의 성공을 위한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인적 관리 방안을 수용하는 조직은 구성원의 역량이 개선돼 조직의 성과가 향상되고 이는 다시 구성원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다. 세계적인 데킬라 브랜드인 호세쿠엘보의 인적자원 책임자인 가브리엘 산데르는 “기업이 영구적 채용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영구적으로 채용 가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인적 지속 가능성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경영 방식)’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조직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넓히고 이들을 위한 결과의 범위를 넓힌다고 해서 인적 지속 가능성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이해관계자 중심 조직은 지속 가능한 조직과 같지 않다. 조직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조직과 구성원 사이는 이해관계자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인적 지속 가능성은 조직과 구성원의 공동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달성할 수 있다. 만약 구성원을 위한 가치 창출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다면 조직은 이를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헬스장 회원권, 명상 훈련 제공이나 지역사회 봉사 활동 같은 뻔한 프로그램은 인적 지속 가능성 노력이라 부를 수 없다.
현재 인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조직의 접근법은 초기 단계에 그친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인적 지속 가능성 관련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조직은 응답 기업의 10%에 불과했다. 진전을 이루고 있는 조직조차도 고졸자 채용, 주 4일 근무제, 생활임금 도입, 채용 가능성 개선 등 무작위적인 노력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사람이 번영해야 기업도 번영한다
인적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면 조직과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사람은 조직에 리스크(위험) 요인이기도 하지만 중대한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와 기술 등 사람이 창출하는 무형자산은 2022년 기준 미국 기업 자산의 90%를 차지했다. 여타 선진국의 기업 무형자산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인적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훨씬 강력한 사업적 성과를 얻는다는 사실은 최근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웰빙 리서치 센터는 구성원 웰빙이 최고 수준인 조직은 이익과 주식 투자율이 그만큼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인적 지속 가능성 개선 항목에서 최고 순위를 차지한 조직들은 지속적으로 러셀 1000 지수의 평균을 능가했다. 또 인력 처우에서 최고 순위인 조직은 5년 자기자본수익률(ROE)이 2.2% 높았고, 매출액 1달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 적었으며, 가족 부양이 가능한 수준의 생활임금을 지불하는 비율이 두 배 많았다.
인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경영진의 역할
조직이 인적 지속 가능성을 수용하려면 먼저 구성원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구성원으로부터 가치를 뽑아내려 하고 주는 만큼 되받으려 하는 과거의 계산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이 구성원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적 지속 가능성은 장거리 마라톤
인적 지속 가능성은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오늘날 도입된 전략은 지금의 근로자, 조직, 사회뿐 아니라 미래 세대가 존속하고 번영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인적 지속 가능성은 기후 지속 가능성, 공정성, 신뢰, 목적의식, 웰빙, 소속감 등 우리가 사람으로서 행동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상호 연결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인적 지속 가능성은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제다. 인적 지속 가능성은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 끊임없이 진화한다. 기업이 앞장서서 함께 최상의 실행 방식과 표준 지표, 현명한 정책 노력 등을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그간 개인 및 사회와 맺어왔던 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여전히 사람을 회계장부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인적 지속 가능성 노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내부 제약’이 꼽혔다. 인적자원이 충분치 않아 인적 지속 가능성 달성이 어렵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인적 지속 가능성은 몇 가지 단순한 원칙에 기반한다. 조직과 연관된 모든 사람이 각각 중요한 방식으로 우리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반대로 우리 조직도 이들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조직과 구성원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위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일과 삶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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