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대출 규제와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미국발 금리 인하(?) 여부에 전 세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인상도 어렵지만, 인하도 시기와 횟수가 불확실해졌다. 연초만 해도 금리의 향방은 명확했다. 연내 세 번 정도 인하로, 사실상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이제는 많아야 한 번, 아니면 못 할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 금리의 향방은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우리나라는 소비가 위축되고 대출 규제는 가격 급등기에 적용된 제도 그대로다. 신규 대출을 제외한 기존 대출은 고금리 체계가 유지되고 있어, 수요자의 부담도 크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짚어보고 개선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고금리발 부동산 금융 부실, 매매가격 밀어올리나
세계경제는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전체 국가의 유동자금을 모았듯이, 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게 되면 환율 상승과 자금 유출 우려가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경제 침체 지속 등으로 금리 인하 여지가 있지만, 자칫 먼저 움직일 때 나타날 경제적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금리가 계속 이어지면서 기존 대출 수요자의 어려움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가장 먼저 부각된 분야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다. 정부가 개선책을 내놓고 추진하고 있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 비용 증가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하며 진행이 쉽지 않다. 기존 사업장 정리도 금리 인하를 전제로 일정 부분 재개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건설사, 시행 주체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부동산 PF의 구조조정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부실 사업장이 정리돼야 새롭게 재개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위험이 노출된 기간이 길어, 줄어들 여지가 있다. 또한 위험이 금융기관과 건설사, 시행 주체의 몫으로 제한될 수 있지만, 영향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사업 주체 상당수가 상처를 입어 살아남은 주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고금리가 지속되고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한편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까지 주택 공급 측면에서 사실상 손을 놓을 수 있다. 아파트 공사 기간을 통상 3년이라고 하면, 2026년과 2027년까지 입주 물량 공백기가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그때까지 전셋값에 이어 매매가격마저 상승 우려가 큰 상황이다.
대출 갈아 타기 가로막는 DSR 규제
고금리 장기화는 여러 경제주체에 대한 타격을 지속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이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과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난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금리 인상만으로 쉽게 잡을 수도 없는 미묘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하를 단행하기도 어려운 모양새다. 자칫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될 수 있어서다. 금리가 하향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다 보니 기존 대출 수요자의 충격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종전 대출이자 산정 구조는 기준금리가 낮다 보니 일정한 금리 수준을 맞추기 위해 가산 금리를 과도하게 반영했다. 기준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적정한 대출이자 수준을 맞추려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그 후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대출금리 수준도 높게 형성됐다. 이제는 구조적으로 가산 금리만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출금리를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기존 대출을 갚고 갈아타기(대환)를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기존 대출 수요자가 높은 금리로 원리금 상환을 위해 소득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한다. 그 결과 가처분소득 급감으로 소비 여력이 줄고, 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실물경제가 역대 최고(?)로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는 의견도 많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시절보다 어렵고, 2008년부터 이어진 금융 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푸념도 크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제자리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은 기존 고금리 대출 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갈아타기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정작 대출 갈아타기를 막고 신규 대출자의 대출 금액 급감으로 주택 매입을 어렵게 하는 규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다. 애초 2021년 하반기에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급조된 규제다. 종전에 적용하던 규제는 DTI(총부채상환비율) 60%였다. 이 둘의 간단한 구별 방법은 DTI는 소득 대비 상환 비율은 같지만, 주택담보대출만 원금과 이자를 반영하고 기타 대출은 이자만 계산해 산정한다. DSR은 신용 대출까지 포함한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소득 대비로 산정하므로 훨씬 강화된 비율이다. 그것도 같은 60%가 아니고 은행권 40%(비은행권 50%)로 적용된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DSR 비율을 적용하여 더 어렵게 됐다. 이런 강화된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다 돼가고, 부동산 가격이 조정된 이 시점까지 유지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가계 부채 관리, 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해야
정부가 중도금 대출 금지(분양가 12억원 초과), 주택 매입 시점(3개월) 이후에 받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규제를 폐지한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DSR 40%는 60%(청년층 70%)로 정상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종전 기준인 DTI 60%에 비해 강화된 기준이다. 이렇게 하면 대출 갈아타기를 통한 이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신규 대출자도 대출 여력 확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결국 소비 여력 확대로 경제 흐름 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다.
DSR 40%는 DTI 60%보다 두 배가량 강화된 불합리한 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수요자의 자금 조달은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 소득 증가의 한계로 은행권 대출이 제한되고, 비은행권으로 밀려나며, 급기야는 단기 대출인 카드사 현금서비스 등으로 내몰리는 실상이다. 통상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은행권에서 해결해야 하나 갈수록 고금리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 굴레에서 탈피하기 위해 DSR 제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임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 최강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는 가계 부채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수요자의 필요 자금이 일정하다고 전제할 때, 대출이 어렵다고 그 금액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단계적 변화로 고금리에 노출되는 빈도만 늘어날 뿐이다. 최대한 빨리 제도 개선을 통한 대출 자금 선순환 흐름을 창출해야 한다.
가계 부채 관리는 저신용자 대출 등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대출을 규제할 것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같은 우량 대출은 연체율도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거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자금이다. 지나친 규제는 시장을 왜곡할 뿐이다. 가계 부채는 일반 대중을 관리할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면 된다.
부동산 시장 전체적으로 매매가격이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을 매입하기보다 전세에 안주하는 수요가 많고, 가구 등 신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주택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위한 노력 외에 대환 대출을 통한 고금리 구조 탈피, DSR 정상화 등으로 시장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공급을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늘 언급하듯 3기 신도시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길이다. 정부 정책은 단기간의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줄기를 잡아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인 고통이 최소화되고 경제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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